'끈질긴 코로나' 백신 나와도 안 끝난다 [류준영의 속풀이 과학]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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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사진=로이터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사진=로이터


어쩌면 끝을 기약할 수 없는 전쟁으로 치닫게 될지 모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우리의 얘기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업, 경기침체 등으로 유례없는 위기에 직면한 지구촌에 백신 개발은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코로나19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가 앞으로 또겪게 될지 모를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확보해야만 한다. 특히 최근 2차 확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세계 각국이 국경 봉쇄 해제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를 퇴치할 백신 개발은 더 절실해졌다.



각국 정부와 제약사, 연구기관들이 백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가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해외에선 올 가을, 응급용 백신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란 희망적 메시지가 들려온다. 내년 중 백신 조기 출시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국내 개발 백신도 내년 대량생산이 점쳐진다. 하지만 코로나19 기전을 완벽하게 알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백신은 변이가 일어나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가 잘 일어나는 RNA 계열인 탓이다. 지금껏 예방백신이 없는 감기가 이에 속한다. 변이가 발생하면 전파력이 더 세지거나 재감염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다. 백신을 개발하는 인간의 능력이 자유롭게 변형을 일으키며 공격하는 바이러스를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국내외 백신 개발 현황을 중간점검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얼마나 걸리나
일반적 의료품 개발 과정은 기초탐색연구, 후보 물질 선정, 비임상(전임상)연구, 임상시험(1~3상), 신약 허가 및 시판 단계를 거치며 대략 10~15년의 시간이 걸린다. 감염병 역사에서 개발주기가 가장 빠른 백신으로 꼽히는 ‘볼거리 백신’도 4년이 걸렸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사태 때 축적한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이 과정의 일부가 생략되고 압축되는 등 개발 기간 단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News1 이지원 디자이너News1 이지원 디자이너
코로나19 격퇴할 백신 플랫폼 4종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14개의 백신 후보 물질들이 전임상 단계에서 효능을 확인 중이다. 이중 10종에 대해서는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5개, 영국이 1개, 미국이 3개, 유럽이 1개의 백신 후보 물질을 임상 연구 중이다. 현재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백신은 대부분 바이러스의 숙주 세포 침입에 관여하는 표면 단백질인 스파이크 단백질을 타깃으로 한다.


특히 바이러스 감염 예방과 증식을 억제하는 중화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백신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화항체란 코로나19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하는 항체로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침투할 수 없게 만들어 바이러스를 무력화한다.

카이스트(KAIST) 의과학대학원에 따르면 현재 개발 중인 주요 백신 플랫폼은 △불활성화 백신 △단백질 아단위 백신 △핵산 백신(DNA백신, mRNA백신)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이다.

먼저 불활성화 백신은 바이러스를 열이나 화학 처리를 통해 독성을 약화 시키거나 아예 없애 사용하는 것이다.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성질인 면역원성이 높으나 세포성 면역반응을 잘 일으키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세포성 면역반응은 면역력에 직접 작용하는 T림프구, B림프구 등을 조절, 세포 간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면역반응을 말한다.

단백질 아단위 백신는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항원 단백질을 발현·정제해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DNA 백신· mRNA 백신은 항원 단백질을 만들게 하는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인체에 투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스파이크 단백질(항원)을 만들어 내도록 재조합한 DNA를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신속 개발과 대량 생산이 용이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실용화된 사례가 없다.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재조합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병원성 없는 바이러스에 병원체 항원 유전자를 재조합한 것이다.

미국 바이오 업체 모더나. © AFP=뉴스1미국 바이오 업체 모더나. © AFP=뉴스1
美 임상3상 잰걸음…“올해말이나 내년 공급 가능”
외신에 따르면 미국 모더나 테라퓨틱스와 칸시노 바이오로직스가 현재 임상 2상에 진입한 상태다. 1상에서 안전성 및 면역원성 등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모더나의 경우, 코로나19 백신(mRNA-1237) 임상 3상을 7월로 앞당겨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3상 임상 시험은 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최종 점검하는 단계로, 이 시험을 통과하면 곧바로 백신을 시판할 수 있다. 모너나 측은 이르면 내년에 코로나19 백신을 시판한다는 목표다.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와 영국의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백신도 곧 임상 3상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에 따르면 옥스퍼드는 8월, 아스트라제네카는 9월로 예정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근 오는 9월까지 3억 도스(1도스는 성인 1명의 1회 접종량)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상 3상은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비용이 투입되는 단계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 R&D(연구·개발) 예산이 대거 투입될 전망이다.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은 “7월엔 하나 이상의 백신 후보가 진전된 임상 시험 단계에 있을 것”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백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韓 백신 1·2a상 진입…CEVI융합연구단 합성항원백신 중화항체 3~5배 생산
미국의 바이오기업 이노비오가 자체 개발한 DNA백신 ‘INO-4800’ 1상 임상시험이 지난 4월 시작된데 이어 국내에서도 이달 2일 승인받았다. 국내 임상시험은 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다.

국내 바이오기업 ㈜제넥신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인 ‘GX-19’의 국내 1·2a상 임상시험을 추진한다. 국산 코로나19백신 개발을 위한 국내 임상시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GX-19는 코로나19 DNA 백신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1상 단계에서 건강한 성인 40명을 대상으로 GX-19의 안전성을 검증하고 이후 2a상 단계에서 150명에게 면역원성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끈질긴 코로나' 백신 나와도 안 끝난다 [류준영의 속풀이 과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도 후방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국가기술과학연구회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nter for Convergent Research of Emerging Virus Infection·CEVI 주관기관 한국화학연구원)는 코로나19 관련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에 이전했다.

이는 합성항원백신으로 세포 및 실험쥐를 통한 비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중화항체 생성능력이 기존에 알려진 물질보다 3~5배 높았다. 중화항체능이 이처럼 높다는 것은 경증뿐 아니라 중증 환자도 코로나19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동현 HK이노엔㈜ 연구소장은 “앞으로 전임상 및 임상시험 등을 CEVI융합연구단과 함께 수행하며 변종 코로나19 감염도 예방할 백신 의약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나와도 코로나19 완전 종식 아니다”
하지만 당장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 시킬 수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RNA(리보핵산) 바이러스로 자연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코로나19에 대한 기전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유용성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홍규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체 구조를 변형시켜 기존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에 효과적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도 바이러스 자체의 특성과 바이러스에 의한 면역반응 연구는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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