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앞 바다. 육지에서 500~1200m 떨어진 자리에 풍력발전기 10기가 줄지어 서 있다. 거센 파도가 만드는 물보라 위에서 발전기들은 바람에 몸을 맡긴 채 빙글빙글 거대한 날개를 돌린다. 제주의 옛 이름을 딴 탐라 해상 풍력발전단지는 제주의 풍부한 바닷바람을 활용해 1년에 8만5000㎿h의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한다. 제주도민 2만4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연도별 풍력발전 설비 누적 보급 현황./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11일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 설비 용량은 1303메가와트(㎿)로 전체 신재생에너지 설비의 6.8%를 차지했다. 2014년 645㎿ 수준이었던 보급 용량은 '재생에너지 3020' 정책 등에 힘입어 불과 4년 만에 약 두 배 늘었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만항재 일원에 자리한 정암 풍력발전단지 모습./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단
한국남부발전의 정암풍력발전이 대표적 사례다. 쇠퇴한 폐광지역을 풍력발전단지로 조성해 32.2㎿ 규모 발전 설비를 갖춘 곳이다. 사업 초기단계에서 산지 훼손에 대한 우려에 부딪혔지만 '풍력발전이 지역경제 살린다'라는 대전제를 깔고 친환경 공법을 택해 주민 설득에 성공했다. 총 990억원이 투입된 건설사업 과정에선 지역주민을 고용하고 국산 기자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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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병아리난초'와 같은 멸종위기 식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 심어 관리하도록 했고 작은 동물들이 살 수 있도록 미소 서식지(돌무더기)를 설치했다. 녹생토 식재공법을 활용해 철저히 사면을 보호했고 공사 중 나온 암석은 생태 돌수로 시공에 활용했다. 공사 때 떠났던 삵과 멧돼지도 돌아왔다.
또 지역경제에 기여하며 쇠퇴한 폐광지역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지역일자리 135명을 창출했고 20억원 규모로 지역주민 이익공유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함백산 야생화 축제와 연계한 트래킹 관광코스도 만들어 '지역상생 풍력단지'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제주 한경면 두모리~금등리 공유수면 일원에 자리한 탐라해상풍력 단지 전경/사진제공=한국에너지공단
마을 지역 지원금으로는 두모리·금등리에 리조트와 체험마을을 조성해 지역을 관광명소로 탈바꿈시켰다. 해상풍력을 보기 위해 두모리 해역 일대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주변 상권도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당초 어족자원 감소 등 우려와 달리 어민들의 수익 증대에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해저 속의 구조물, 사석 등이 인공어초 역할로 어획량이 늘고 있어서다.
아울러 탐라해상풍력은 100% 국산기술을 적용해 만든 국내 최초의 상업용 해상풍력단지로 향후 국내 풍력산업 보급 확산은 물론 해외 수출까지 도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설계, 제작, 설치, 운영까지 전공정에서 '트랙레코드'를 확보해 유망 시장인 해상풍력 분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