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가 수출 쇼크 몰고 온다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20.02.0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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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화물선에 선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인천=임성균 기자8일 오후 인천신항 컨테이너 부두에서 화물선에 선적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 사진=인천=임성균 기자


한국 수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중국 내 기업들이 조업을 중단하면서 우리 중간재 수출업체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중국 경제가 기울면 전세계 교역 위축이 불가피하다.





멈춰선 '세계의 공장'…중간재 수출 타격 우려
2019년 한국의 주요국 교역(수출입)현황 및 2019 가공단계별 대중 수출액./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2019년 한국의 주요국 교역(수출입)현황 및 2019 가공단계별 대중 수출액./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교역액 1조456억달러 중 중국과의 교역액은 2434억달러로 23.3%를 차지했다. 중국은 2004년 기존 1위였던 미국을 추월한 뒤 16년째 압도적인 최대교역국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체 수출액(5423억달러) 중 중국의 비중은 25.1%(1362억달러), 수입액(5033억달러) 중 비중은 21.3%(1072억달러)로 모두 1위다.



최대교역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사태는 한국의 수출입은 물론 국내 경제 전반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선 감염증 확산으로 중국 내수가 위축되면 소비재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더 큰 문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다. 당장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 정부의 춘절(중국 설) 연휴 연장 조치로 중국 내 공장이 여럿 멈춰섰다. 연휴 뒤에도 감염 추세가 꺾이지 않아 조업 중단이 길어진다면 중국에 부품이나 반제품 등 중간재를 수출하던 국내 업체들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대중 수출에서 소비재 비중은 4.4%에 불과했지만 중간재 비중은 79.4%에 이른다.

"中 성장률 꺾이면 韓 수출 최대 2.5억달러 감소"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었던 2003년 대(對)세계, 대중국 수출 증감률./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있었던 2003년 대(對)세계, 대중국 수출 증감률./그래픽=이승현 디자인기자.
중국의 소비·투자·생산 충격이 현실화해 성장세를 떨어뜨린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글로벌 경제에 중국이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중국발 경기 충격이 전세계로 번져 글로벌 교역 감소로 나타날 경우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에도 약영향이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올해 1분기 중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0.3~0.5%포인트 하락하고, 국내 명목 수출액은 약 1억5000만~2억50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사태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보다도 한국 수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세계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4.3%에서 2018년 15.9%로 4배 확대됐고, 한국의 대중 수출 비중도 같은 기간 18.1%에서 26.8%로 커져서다. 중국 정부가 사스에 본격 대응한 직후인 2003년 5월 한국의 대중 수출 증가율은 27.5%, 전체 수출 증가율은 3.5%로 연중 가장 낮았다. 당시는 매달 대중 수출 증가율이 약 50%에 이르던 시기였다.

中 중심 공급망도 흔들려…자동차업계는 '셧다운'
2019년 국가별 소재 부품 수입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2019년 국가별 소재 부품 수입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내다 파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중국 내 산업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고 물류에 차질이 생기면 공급망 차원에서 국내 생산도 영향을 받는다. 지난해 한국의 소재·부품 수입액 1708억달러 가운데 중국산 제품은 520억8000만달러로 약 30.5%를 차지했다. 2위 일본(270억달러)과도 격차가 컸다.

당장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자동차가 타격을 입었다. 현대차, 쌍용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에서 조달해 오던 핵심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부족 사태로 셧다운에 들어갔다. 다른 중소 부품 협력사들도 '도미노 휴업'에 들어가는 등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반의 위기로 번질 조짐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기업이 해외에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것은 가격, 품질 등 경쟁력 차원에서 불가피한 조치"라며 "이번 사태는 핵심부품 조달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해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리스크 대비가 안됐던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핵심은 '중국의존도'…"충격 완화 대비해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4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경제장관회의 겸 제3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14개월 연속 감소했던 수출이 회복 조짐을 보이는 시점에서 신종 코로나라는 악재가 닥치자 정부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우선 유동성 위기를 겪는 대중 수출기업에 무역금융 4000억원을 긴급 공급하고, 대중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에 수출바우처를 우선 지원해 대체시장 개척을 돕기로 했다.

또 '수출애로해소 지원센터'와 '소재·부품 수급대응지원센터' 등을 활용해 기업 피해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주 △자동차 부품수급 안정화 대책 △세정·통관지원대책 △금융지원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 포괄적인 수출지원대책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나치게 높아진 중국 의존도를 점차 낮춰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국에 배팅한 한국이 중국 고도성장과 함께 이득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가 일시적으로 끝나더라도 세계 교역 축소와 미중 갈등 등 구조적 흐름을 감안하면 충격 완화를 위해 특정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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