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전설 "나라면 주식에 베팅"…단, 변수는 '이것'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19.12.20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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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미중 무역합의 재협상 없다, 내년 1월초 서명"…"트럼프가 쫓겨날 일은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과거 올해와 같은 상승장이 나온 경우 9차례 중 8차례는 다음해에도 주가가 올랐다. 올해만큼 강하진 않아도 충분히 강한 랠리가 나올 것이다. 나라면 역사적 선례를 믿는 쪽에 베팅하겠다."(아트 카신 UBS파이낸셜서비스 상무)

카신 상무는 NYSE(뉴욕증권거래소) 플로어에서 50년 넘게 트레이딩을 해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월가의 전설'로 불리는 그가 내년에도 강세장이 연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카신 상무는 1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지만 금리는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같이 전망했다. 그는 미 대선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내년 증시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월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성공을 증시의 호재로 보고 있다. 하원의 탄핵소추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파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미중 무역합의 재협상 없다…내년 1월초 서명"

이날도 뉴욕증시는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37.68포인트(0.49%) 뛴 2만8376.96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지수는 14.23포인트(0.45%) 오른 3205.37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9.48포인트(0.67%) 상승한 8887.22에 마감했다. 3대지수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미중 무역협상의 미국측 대표 가운데 한명인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해 재협상 없이 내년 1월초 서명할 것이라며 시장에 안도감을 줬다. 최근 시장 일각에선 합의의 세부사항을 놓고 미중간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므누신 장관은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합의에 대해 얼마나 확신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매우 자신 있다. 1단계 무역협상은 완전히 끝났고, 단지 기술적·법적인 문제만 남았다"고 답했다.

이어 "무역협정은 이미 종이에 기록돼 번역이 끝난 상태"라며 "재협상은 필요 없을 것이다. 우리는 1월초 문서를 공개하고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주례 브리핑을 통해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합의에 정식으로 서명한 뒤 합의 내용을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자문의 마이클 아론 전략가는 "내년초 1단계 미중 무역합의문 서명과 함께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2일 미중간 1단계 무역합의에 따라 미국은 당초 15일부터 1560억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중국산 상품에 부과할 예정이었던 관세 15%를 철회했다. 또 지난 9월1일부터 시행돼온 1100억달러 상당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율도 15%에서 7.5%로 인하키로 했다. 그러나 나머지 2500억달러 어치 중국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

대신 중국은 미국산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를 대폭 늘리는 한편 외국기업에 대한 강제 기술 이전 요구도 중단키로 약속했다. 그동안 외국기업들은 중국에서 합작법인을 만들 때 중국 합작 파트너 회사에 기술을 이전할 것을 요구받아왔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 기업의 특허를 도용해 상품을 판매할 경우 해당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통보하는 장치도 마련키로 했다. 중국 금융서비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 제한도 완화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이 약속했다는 미국산 상품 구매액 등 세부사항을 놓고 양측이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합의가 막판에 틀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제기됐다.

◇"트럼프가 쫓겨날 일은 없다"

고용지표도 호조였다. 미국의 신규 실업자 수는 시장 예상보다 더 크게 줄었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4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8000건 감소했다. 당초 시장은 23만5000건을 예상했는데, 이보다 소폭 더 줄어든 셈이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줄어든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 상황이 좋아졌음을 뜻한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은 3%대 중반으로 최근 5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준이다.

4주 평균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종전보다 1500건 늘어난 22만5500건으로 집계됐다.

직전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5만2000건으로, 2017년 9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추수감사절 연휴의 영향이 있었단 점에서 시장은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전날 미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지만 시장은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이다. 집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선 탄핵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의 탄핵소추 이후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을 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하원이 탄핵소추를 하면 상원이 탄핵심판을 맡는다. 대통령이 탄핵되려면 상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상원은 공화당이 전체 100석의 과반 이상인 53석을 점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파면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글로벌트의 톰 마틴 선임포트폴리오매니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쫓겨날 일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며 "워싱턴의 당파적 색채가 더욱 강해지면서 상원에서도 공화당은 대부분 탄핵에 반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전날 하원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거론하며 "공화당 표는 100% (반대)였다"며 "공화당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단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전날 밤 공화당에서 단 한 표도 민주당의 미국 역사상 최대 마녀 사냥에 동조하지 않았음에도 탄핵소추당했다"며 "민주당은 지금 탄핵소추안을 가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상원에도 전달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이는 상원 요청이다!"라고 했다.

그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민주당이 지혜로운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동적으로 패배할 것!"이라며 "대통령 괴롭히기!"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미국의 군사원조를 대가로 미 민주당 유력 대권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뒷조사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그가 미 선거에 외세를 끌어들여 국가안보를 위협했다며 지난 9월부터 탄핵을 추진해왔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승인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언제쯤 상원에 탄핵안을 넘길지 확실하지 않다며 적절한 시점을 찾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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