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 탄핵' 오히려 트럼프 도왔다는 美언론, 그 증거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12.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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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美 하원서 대통령 탄핵안 가결…트럼프 "무법적, 당파적 탄핵"…펠로시 "오늘은 슬픈 날"(종합)

18일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사진=AFP18일 미국 하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사진=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안이 통과됐다. 하원 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수에 따라 예견된 표결 결과가 나왔는데 정작 당사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유세장에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또 민주당에 대해서는 역풍을 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美 하원 표결 뚜껑 열어보니 예상대로…민주당 반란표 두 명은?=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 탄핵의 근거로 총 두 개 혐의가 적용됐는데 첫번째 혐의 '권력남용'에 대해서는 찬성 230표, 반대 197표가, 두 번째 '의회방해'에 대해서는 찬성 229표, 반대 198표가 나왔다.



하원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현재 재적의원 전체(431명)의 과반을 넘긴 216표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했다. 이번 탄핵안을 이끈 민주당 의원 수만 원내 233명인 만큼 이번 탄핵안 하원 통과는 예견됐던 일이기도 하다.

이날 오전 9시부터 탄핵절차가 시작됐으며 정오쯤부터 하원 의원 모두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민주당과 공화당 간 첨예한 의견 대립이 오가면서 토론 시간은 예상시간(6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8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미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맥카시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미국 역사상 가장 당파적이고 가장 신뢰성이 낮은 것으로 이어진 조작된 과정"이라며 "민주당은 절차에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증거에도 실패했다"고 강조했다.

미 민주당 소속의 스테니 호이어 하원의원은 "우리가 이 탄핵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행위로 인해 우리 공화국의 헌법은 우리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투표 결과도 당에 따라 분명히 갈렸다. 특히 공화당은 두 안건에 대해 모두 한 명도 빠짐 없이 '반대'를 던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시대 미국 정치를 사로잡고 있는 깊은 양극화를 반영한 격렬한 토론 끝에 탄핵안에 대한 투표도 정당을 따라 떨어졌다"고 해석했다.

단 민주당 내에서는 '반란표'도 나왔는데 당초 공화당으로의 전향을 시사했던 콜린 피터스 의원, 제프 밴 드류 의원은 두 개 혐의에 대한 투표에 모두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반대'표를 던져 눈길을 끌었다.
/사진=AFP/사진=AFP
◇내년 초 상원에서 심판할 듯…트럼프 "민주당, 대가 치를 것"=이번 표결로 트럼프 대통령은 역사상 세 번째로 하원 탄핵을 받은 인물이란 '오명'을 안게 됐다. 앞서 1868년 앤드루 존슨, 198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탄핵을 받았다.

미국에서 탄핵 여부는 하원에서 가려지며 상원에서는 통과된 탄핵안을 심판한다. 상원에서 이 안이 부결돼야 대통령직을 지킬 수 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은 이날 상원에 안건을 넘기는 날짜를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다만 정가에서는 내년 1월, 상원에서 이 안을 다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현재 상원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공화당인 만큼 통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 탄핵에는 상원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미시간주에서 유세 도중 탄핵 소식을 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무법적이고 당파적 탄핵은 민주당에 정치적 자살 행진"이라며 "2020년 선거에서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공화당이 이렇게 모욕당한 적이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처럼 이렇게 단결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원 내) 모든 공화당 의원들이 우리를 위해 투표했다"며 "공화당 의원들롤부터 한 표도 잃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의 '믿는 구석'은 상원 구성 말고도 더 있는 듯했다.

이날 CNN은 "대중적 탄핵 절차가 실제로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돕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증거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갤럽 조사에 따르면 탄핵 절차가 가시화된 10월 이후 표결 전 최근가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9%에서 45%로 도리어 상승했다. 반면 트럼프 탄핵 지지율은 52%에서 46%로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워싱턴포스트도 "아직까지 탄핵이 민주당을 해쳤다는 것이 분명치는 않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을 해친 것 같지도 않다"며 "내부고발 문건, 조사, 청문회 등으로 몇 달이 지나 표결을 했지만 트럼프 지지에 손해를 끼쳤다는 방증은 없다"고 보도했다.

펠로시 의장은 "대통령의 무모한 행동이 탄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은 비극"이라며 토론을 시작, 표결을 마친 뒤에는 "오늘은 헌법을 위한 위대한 날이나 미국에는 슬픈 날"이라고 말해 담담함을 유지했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사진=AFP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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