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떠났어도 '공유'광기 그대로…트래비스 칼라닉이 온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9.03.30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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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신화 '우버' 주인공…이번엔 '공유주방' 사업…"모든 것 쏟아부으면 넘어져도 실패하기 힘들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그동안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창업주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려온다. 최근 한국에서 공유주방 사업 첫 선을 보이기로 한 데다 얼마 전에는 영국의 한 공유주방 스타트업을 사들였다는 소식이다. 이미 스타트업 업계에선 전설이 된 그가 새 사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는 신호다.

◇"우버, 택시 기다리다 짜증나서 만들었다"=오는 4월 전세계 투자자들의 눈은 한 곳으로 집중될 전망이다. 바로 전세계 1등 차량공유업체 우버(Uber)가 상장을 앞둔 미국 뉴욕거래소. 상장 후 시장가치만 1200억달러(약 136조원)에 이르는 등 전무후무한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버는 이미 스타트업계 신화다. 2015년, 창업 5년 만에 기업가치 500억달러를 돌파했는데 이는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데 페이스북이 걸린 시간(7년)보다 2년이나 단축된 것이었다.

신화의 중심엔 트래비스 칼라닉(43) 창업주가 있다. 그는 1997년, 미국 UCLA 컴퓨터공학과를 다니던 중 친구들과 우연한 기회에 MP3 파일 공유업체 '스카우어'를 창업했다. 파일 공유하는게 생소하던 시절에 학내 네트워크 망을 이용한 이 서비스가 소위 '대박'이 났다. 칼라닉은 다니던 학교도 도중에 그만두고(중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학위까지 포기하고 매달린 사업이었지만 결과는 '파산'이었다. 당시 냅스터라는 경쟁업체가 등장한데다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저작권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고작 20대 초반 청년사업가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었다. 결국 그는 2000년 스카우어 파산신청 후 빈털털이가 됐다.

'스카우어'는 망했지만 칼라닉은 여기서 '공유가치'의 희망을 본 듯하다. 그는 2000년 말, 다시 친구들과 '레드스우시'라는 P2P 파일 공유 스타트업을 차렸다. 저작권 소송에 휘말리지 않도록 애초에 관련 기업들과도 제휴를 맺고 제대로 된 회사를 차린 것이다. 2007년 그는 이 회사를 대기업 '아카마이'란 곳에 1800만달러에 매각했다.

한번의 실패와 한번의 성공 끝에 찾아온 기업이 바로 우버였다. 칼라닉이 친구 가렛 캠프가 2008년 12월 눈오는 어느 저녁, 프랑스 파리에서 택시가 안잡혀 고생한 경험한 토대로 이 회사를 만들게 됐다는 것.


이 때에도 칼라닉이 '공유'의 가치를 잊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애덤 라신스키가 쓴 '우버 인사이드'에 따르면 창업 당시 캠프는 직접 리무진을 고용하고 운전사도 고용할 계획이었다. 이에 반해 칼라닉은 운전사들에게 단순히 앱을 나눠주고 자유계약자 형태로 일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것.

트래비스는 이것이 스카우어와 레드스우시의 사업모델과 비슷하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내가 겪어왔던 현실의 경험을 얘기했을 뿐이다. 그냥 그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다."(칼라닉, '우버 인사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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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면 넘어져도 실패한 게 아니다"=이후 우버 성공 스토리는 익히 알려진대로다. 2009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첫 서비스를 선보인 이후 2014년 전세계 100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장, 2015년에는 운행횟수 10억회를 돌파했다.

2017년 말 기준 이 회사 직원은 1만6000명이고 하루 운행횟수는 1500만회에 달한다. 전세계 65개국 600여 도시에서 우버를 만날 수 있다.

트래비스가 우버의 성공신화를 끝까지 함께 한 것은 아니다. 그는 사내 성차별과 성희롱 문화, 운전사에 대한 막말 논란으로 2017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우버에는 분명 뼈 아픈 기억이자 반성해야 할 지점이었다.

자신이 일군 회사에서 불명예 퇴진을 했지만 그의 공유사업에 대한 본능은 죽지 않았다. 자취를 감춘 지 1년 만에 '공유주방' 사업가로 변신해 돌아온 것. 공유주방이란 공유오피스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음식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다. 딜리버리루, 우버이츠 등 음식배달앱이 성행하면서 함께 성장할 사업모델로 여겨진다.

그는 지난해 1억5000만달러(1700억원)를 투자한 부동산 개발업체 CSS(시티스토리지시스템)의 대표로 활동중이다. CSS는 미국에서 공유주방 '클라우드키친(CloudKitchens)'을 운영중이며 최근 대한민국 서울을 비롯해 영국 런던으로의 진출소식을 알렸다. 클라우드키친의 정확한 사업 규모나 매출액 등은 아직까지 알려진 바가 없다.

이제 겨우 사업 초창기일 뿐이지만 그가 수 년 전 방송에 나와 들려준 우버 창업 성공의 배경을 떠올려보면 앞으로의 전망이 기대된다.

"당신이 만일 가진 열정과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면 당신이 비록 적을 만나 쓰러질 지라도 그것은 실패하기 어려울 거다. 그것이 내가 우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자 사업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이다."(칼라닉, CNBC, 2016년3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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