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문 1면에 '전쟁' 기사가 등장했다

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2019.03.01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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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WSJ 미국판 1면에 인도 vs 파키스탄 '핵 보유국'간 군사충돌 기사

18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 남부 풀와마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가운데 무장단체가 피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가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 총격전으로 인도군 7명이 사망하는 등 이 지역은 지난 14일 대규모 자살폭탄 공격으로 40여 명이 숨지는 등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풀와마=AP/뉴시스18일(현지시간) 인도령 카슈미르 스리나가르 남부 풀와마에서 총격전이 벌어진 가운데 무장단체가 피신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택가에서 화염과 연기가 치솟고 있다. 이 총격전으로 인도군 7명이 사망하는 등 이 지역은 지난 14일 대규모 자살폭탄 공격으로 40여 명이 숨지는 등 인도-파키스탄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풀와마=AP/뉴시스


"파키스탄-인도 충돌 격화"(Pakistan, India Escalate Conflict)

2월28일자 미국판 월스트리트저널(WSJ) 1면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두 핵보유국이 전날 국경에서 공중전을 벌였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 군은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하고, 조종사 1명을 생포해 억류 중이라고 했다.

월가 전문가들이 어떤 '지정학적 위험'을 증시의 악재로 받아들일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주요 일간지 1면에 기사가 나면 그때부턴 증시의 악재로 본다. 그게 월스트리트저널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 또 다른 핵보유국을 '자처'하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도 성과없이 끝났다. 지정학적 위험이 또 다시 세계 증시의 중심에 서기 시작했다.

◇'노딜 하노이'에 일제 하락…"혹시 美中 협상도?"



2월2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직전 거래일 대비 69.16포인트(0.27%) 떨어진 2만5916.00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표 화학주 듀폰과 기계주 캐터필러가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89포인트(0.28%) 내린 2784.49를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21.98포인트(0.29%) 하락한 7532.53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 기술주 그룹인 'FAANG'(페이스북·아마존 · 애플 · 넷플릭스 · 알파벳)은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을 제외하고 모두 떨어졌다.

2월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없이 끝났다는 소식이 시장에 부담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중인 중국을 상대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북한에게 했던 것처럼 합의를 거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작용하면서다.


트럼트 대통령은 이날 북미 정상회담을 성과없이 끝낸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협상장에서 걸어나오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중국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이날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언제든 ‘나쁜 합의’(bad deal)를 거부할 수 있음을 중국 측에 여실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창 변호사는 “(북미가) 외견상 외교적 교착상태로 비치는 것이 북한의 이웃(중국)에 대해선 외교적 쿠데타일 수 있다”며 “나는 이것(하노이 합의 무산)이 중국에 (협상 전략의) 재평가를 요구하는 순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통해 시 주석에 대한 압박을 가중했다”고 강조했다.

◇핵탄두 150개 vs 140개…핵 보유국의 충돌

인도와 파키스칸 두 핵보유국의 군사충돌이 격화된 것도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외신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27일 인도 전투기 2대를 격추하고, 공군 조종사 아비난단 바르타만 편대장을 생포했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눈이 가려진 채 피흘리는 조종사의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삭제했다. 이 영상 캡쳐본이 소셜미디어(SNS)에 공유돼 공분을 사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 정부는 해당 조종사를 송환해달라고 파키스탄 측에 요구했다.

이 사태는 지난 14일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촉발됐다. 이 테러로 인도령 카슈미르에서 40여 명의 인도 군인이 사망하자 인도는 26일 파키스탄령 카슈미르를 보복 공습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150개, 인도는 140개의 핵탄두를 지니고 있다.

액티브트레이즈의 피에스 베이렛 애널리스트는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 불발, 인도와 파키스탄 두 핵보유국의 군사충돌 등 지정학적 긴장이 앞으로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의 기대를 넘어선 미국의 경제성장률도 시장을 달래진 못했다.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해 4분기 미국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6%(계절조정 연율 환산)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 2.2%를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등을 감안할 때 선전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의 지난해 전체 성장률은 2.9%로 추산됐다. 트럼프 행정부 첫해인 2017년의 2.2%보다는 높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3% 이상이란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겠다며 오바마 행정부 시절 연간 성장률 최고치인 2.9%를 넘어서겠다고 장담해왔다.

TIAA뱅크의 크리스 개프니 회장은 "오늘 발표된 지표는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높일 정도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불발과 같은 악재가 없었다면 주가를 끌어올릴만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펀즈레이트의 토마스 리 창립자는 "올해 시간이 갈수록 투자자들은 점점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실적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이는 P/E(주가순이익배율)보다는 덜 중요하다는 사실을 투자자들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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