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법인을 운영하는 유럽계 외국인투자기업 A사 고위 관계자는 올해부터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소득세 감면 특례가 폐지된 것에 대해 한숨부터 내쉬었다. 조세 특례가 실제 감면 혜택이 크지 않아도 투자 유치를 원하는 한국 정부의 의지로 읽었는데 이 정책이 전면 폐지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A사뿐만 아니라 다른 외투기업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특례 폐지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5년 연속 외국인직접투자(FDI) 200억 달러 이상 유치’ 목표에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성장동력산업에 투자하거나 외국인투자지역·경제자유구역·자유무역지역 등에 입주한 외투기업에 대해 5~7년간 소득·법인세를 감면해주는 조세 특례가 올해부터 폐지돼 신규·증액투자 모두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유럽연합(EU)이 2017년 외투기업에만 조세 특례를 주는 세제지원제도를 ‘유해조세제도’로 규정하고 한국을 ‘조세 비협조국 블랙리스트’ 포함하자 정부가 지난해 말 폐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외투기업은 지난해 기준 국내 기업 전체 매출의 12%, 수출의 20.2%, 고용의 5.7%를 차지하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축이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조세 특례 규모는 연간 1500억~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연간 FDI 신고액 269억달러(약 30조4000억원)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2019년 외국인투자기업 신년인사회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및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8.1.22/사진=뉴스1
문제는 지원 여력이다. 올해 현금 지원 예산으로 500억원을 반영했는데 30%씩 지원한다고 가정하면 투자총액이 1700억원에 불과하다. 고용 창출을 수반하는 대규모 그린필드형 투자를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마저도 요건만 만족하면 지원을 받을 수 있던 과거와 달리 기업의 신청을 받아 일일이 공여도를 평가한 뒤 지급한다. 기업 입장에선 얼마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해 투자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이 시각 인기 뉴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 통상임금 문제 등 각종 정책 리스크도 대(對)한국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기업의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인 만큼 FDI의 상승 추세를 이어가기 위해선 단순 인센티브를 벗어나 투자처로서 한국의 매력을 키워야 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FDI 신고액 5년 연속 200억 달러 목표 달성을 위해 기업 친화적 인센티브 제도를 운영하고 애로사항을 파악해 해소하는 등 외투 기업과 소통 기회를 늘리겠다”며 “조세 특례가 폐지됐지만 현금지원을 확대하고 고위급 투자유치설명회, 외국인투자 카라반 등 투자 유치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