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으로 쓰이는 '염병', 원래는 무슨 뜻?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7.02.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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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안다리걸기]69. "학을 떼다" "10년 묵은 체증"… 일상 대화에 담긴 병 이름들

편집자주 '우리말 밭다리걸기' 2탄입니다.

/사진=pixabay/사진=pixabay


지난달 말 최순실 씨가 특검에 출석하는 모습이 TV 뉴스를 통해 생중계됐습니다. 최 씨는 당시 건물 안으로 들어오며 큰 목소리로 억울함을 호소했는데요. 아무도 예상 못한 상황에 온갖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함께 방송을 타며 화제를 모았는데요. 고성을 지르던 최 씨를 향해 날아든 "염병하네(세 번)"였습니다.

지금은 욕처럼 쓰이는 '염병'은 원래 무슨 뜻일까요. 글자 모양대로 병 이름?



조선 숙종실록 59권, 숙종 43년(1717년) 4월 24일 기사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국사편찬위원회 홈페이지 내 조선왕조실록(☜ 바로가기) 참고)

'충청도 홍산(鴻山) 등 스물 여섯 고을에서 염병(染病)으로 앓는 자가 3천 4백여 명이고 죽은 자가 1천 4백 22명인데…. 임금이 특별히 도신에게 명하여 각 고을에….'



전염병을 줄여서 염병이라고도 하지만 여기서는 '장티푸스(腸typhus)'를 가리킵니다. 글 속에서 대단히 전염성이 강하고 치료가 어려웠던 병이라는 게 느껴지는데요. 그런 만큼 욕설과 같은 독한 표현을 할 때 이 단어가 쓰여 왔습니다.

'염병을 떤다'는 것은 엉뚱하거나 나쁜 짓을 한다는 뜻으로 사전에 나오는데요. '염병하다'도 염병을 앓는다는 원래 뜻 외에 욕처럼 쓰이고 있습니다.

염병 말고도 잘 쓰는 표현 중에는 병과 관련된 말이 있습니다.


욕으로 쓰이는 '염병', 원래는 무슨 뜻?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느라 고생했다는 뜻으로 쓰는 '학을 떼다'는 '학질'을 떼어냈다는 말인데요. 여기서 학질은 '말라리아'를 말합니다.

역시 욕으로 쓰이는 '지랄'은 간질에서 나온 말로 분석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지랄의 옛말은 '딜알'인데요. 이 말은 간질('뇌전증'으로 이름이 바뀜)을 뜻합니다.

그 밖에 '홍역을 치르다'(몹시 애를 먹다), '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다'(속이 후련하다) 같은 표현도 흔히 쓰입니다. 요즘에는 드라마 속에서 답답함을 안겨주는 인물에 대해 '발암 캐릭터'라고 하는 등 병에 빗댄 새로운 표현도 보입니다.

독한 표현이 때로 속을 후련하게 하기도 하지만 사람을 질병에 비유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니 함부로 쓰면 안 되겠습니다.

마무리 문제입니다. 염병과 비슷하게 생긴 낱말 '역병'은 집단적으로 생기는 전염병을 뜻하는데요. 다음 중 '역'자가 이 말과 관련 없는 것은 무엇일까요.
 ① '검역소'에 먼저 들르셔야겠어요.
 ② 저 선수 '역습'의 기회를 노리고 있어요.
 ③ 나는 '면역력'이 약해서….
 ④ 이 지역 젖소농장이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욕으로 쓰이는 '염병', 원래는 무슨 뜻?
정답은 2번. 나머지는 전염병과 관련 있는 말입니다.
검역은 해외에서 전염병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공항 등에서 검진하는 것을 말합니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등이 잘 걸리는 전염성 강한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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