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사회 승인없이 수백억 계약…넋나간 대우조선 '선상호텔 사업'

머니투데이 정영일 기자 2015.09.3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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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5국감]감사위 진정서 전문 입수…강기정 "책임자 처벌해야"

[단독]이사회 승인없이 수백억 계약…넋나간 대우조선 '선상호텔 사업'


최근 3조원대 영업 손실로 논란이 됐던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10년 중동 오만에서 선상호텔 건설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사회 승인도 받지 않고 수백억원 규모의 구매계약을 체결했던 것으로 내부 감사 결과 확인됐다. 또 해당 프로젝트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투자결정을 위한 핵심 정보들이 이사회에 허위로 보고되거나 실제로 시공하지도 않은 공사비가 청구, 지급되는 등 내부 통제가 사실상 와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내용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29일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대우조선 감사위원회의 진정서를 통해 드러났다. 대우조선 감사위는 지난 7월부터 내부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고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9일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감사결과 범죄 수준의 혐의가 상당하다는 판단을 했다는 의미다. 강 의원은 지난 21일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진정서 주요 내용을 공개했지만 전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정서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지난 2010년 9월27일 1차 이사회를 개최해 선상호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승인했다. 하지만 1차 이사회 이전인 같은 해 5월30일 이미 대상선박을 모나리자(Mona Lisa)호로 확정하고 9월16일 구매계약까지 체결했다. 투자가 되지 않을 경우 위약금 약 12억원(89만유로)을 지급하는 약정까지 포함됐지만 이는 이사회에 보고되지 않았다. 공동투자를 추진한 오만 측은 5년 동안 10%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보고가 누락됐다.

대금 지급 과정에서도 문제가 적발됐다. 도급계약상에는 실내스크린 골프장 공사비 3억6000만원(29만9000달러), 당구장 배치 전문개조 2억5000만원(20만7000달러)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시공된 적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계약서상에는 공사비가 약 99억원(825만달러)으로 고정돼 있는데도 실제 공사비가 늘어나자 추가된 공사비에 대한 적정성 평가도 없이 설계변경(Change Order) 방식으로 약 39억원(324만5000달러)를 추가 지급한 것으로 감사위는 판단했다.



해당프로젝트는 대우조선 오만법인이 수의계약으로 디에스온(DSON)에게 발주했다. 디에스온은 지난 2007년 대우조선의 계열사로 설립됐다가 지난 2013년 계열관계가 해제됐다. 유명 건축가 이창하씨가 당시 디에스온의 대표와 대우조선 오만법인의 고문을 동시에 맡고 있었고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남 전 사장은 지난 21일 한국산업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책임을 추궁하는 강기정 의원의 질문에 "수백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며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 책임지겠다"고 답한 바 있다. 남 전 사장은 연임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지만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하지만 사업 관련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감사위원회가 진정서를 제출, 검찰 수사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지 주목된다.

강기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은행이 관리책임을 다하지 않아 특정업체에 대한 이익몰아주기가 계속돼 왔다"며 "대우조선해양이 정성립 사장 취임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그동안 감춰왔던 사업비리를 적출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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