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부실, "연초엔 알았을 것" vs "6월말에야 알았다"

머니투데이 정영일 권다희 구예훈 기자 2015.09.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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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15국감](종합)김기식 "수천억원 결제 CFO 승인도 없이 전결"

국회 정무위원회의 한국산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전 경영진과 채권은행이 올해 초에 이미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손실에 대해 알 수 있었다는 현 경영진의 지적이 나왔다. 당시 경영진과 산업은행 측은 6월말에서야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경영진에 대거 포진하며 산업은행의 감독권이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9월말 실사결과가 나오면 유상증자와 대출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한 재무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 언제 알았나? 논란…정성립 대표 "연초 알았을 것"



여야 의원들은 21일 홍기택 회장과 대우조선해양의 전현직 대표이사와 CFO(최고재무책임자),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안진 관계자 등을 증인으로 불러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것을 인지한 시점이 언제인지 따져 물었다.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에 대한 질의를 통해 "올해 초에는 부실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대답을 이끌어냈다. 대규모 손실이 집중된 석유 시추 해양플랜트의 경우 지난해 이미 유가가 급락해 발주처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올 초에는 예상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 대표는 지난 5월 취임 직후 사업진단을 실시, 잠재돼 있던 대규모 손실을 수면위로 끄집어낸 장본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분기 감사보고서를 통해 3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전직 경영진이나 홍기택 회장은 올해 6월말에야 부실의 가능성에 대해 인지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은 "정 사장 취임 직후 해양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업무점검을 실시한 결과 손실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정 대표의 말대로 연초에 부실 가능성에 대해 예측했고 그것을 감췄다면 분식회계 논란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병석 새정치민주연합은 2014년 1월과 4월 이사회 속기록을 공개하며 고재호 전 사장이 연임을 시도하기 위해 부실을 감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4월 이사회의 경우 사장 연임이 불가능한 것을 확인을 하고 나서 부실에 대해 언급을 한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박 의원이 공개한 1월 속기록에서 고 전 사장은 "걱정하는 '빅 서프라이즈'는 아니다"라고 말한 반면 4월 이사회에서는 "최대 관리점은 해양 제품 등 일부 제품의 생산 차질"이라며 "1년 정도 늦어지는데 금액이 2.5조원 정도"라고 말했다

◇ 與野 의원 "낙하산 인사가 문제" 비판 한목소리

여야 의원들은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을 산업은행에서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던 원인에 대해 정치권 배경을 갖는 낙하산 인사들이 대우조선해양에 포진해 전문성이 부족했고 관리감독도 부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오신환 새누리당 의원은 "낙하산 출신 CFO는 조선업체 같이 복잡한 산업에서는 생산원가 파악에 한계가 있다"며 "금융권 CFO의 전문성과 조선해양 CFO전문성에 차이가 있는 만큼 조선해양에 대한 전문적 CFO를 영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오신환 의원은 "경쟁업체에서 2014년부터 비상을 걸고 대손충당금을 쌓았는데 산업은행에서 내려보낸 CFO는 전혀 몰랐다"며 "복잡한 프로젝트라 몰랐다는 해명은 국민들이 듣기에는 걱정스럽다. 우리는 파악할 능력이 없다는 말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 대우조선해양이 2008년 이후 신규 임용된 사외이사를 보니 18명 중 12명이 이른바 낙하산"이라며 "'낙하산 공수부대'가 돼 버린 대우조선의 이사회 구성 때문에 산은은 관리감독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남상태 사장 시절부터 언터처블이 돼 경영 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송가 프로젝트 등 해양 플랜트를 수주하며 설계변경과 추가원가투입 등에 대해 비용을 청구할 수 없게 무리하게 계약했다"며 "그 뒤 경영진이 감시를 하기는커녕 정권에 줄 대고 보신하고, 사외이사와 감사는 낙하산 부대로 구성돼서 역할을 못하는 사이에 산은은 눈 뜬 장님이 됐다"고 지적했다.

◇"'부실 초래' CFO 결제도 없이 잦은 계약 변경"

수조원의 부실을 초래한 잦은 계약변경이 CFO(최고 재무 책임자)의 결제도 없이 진행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기식 의원은 "정성립 사장 취임 이전까지 대우조선 자금 결제가 공정이 시작된 이후 CFO 결제 없이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 역시 "결제규정에 대해 개선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초 계약금액을 확정한 이후 수백억~수천억원씩 금액을 변경해도 CFO의 결제도 없이 진행되는 전결규정이 있어서 경영진 차원에서 통제가 불가능했다는 지적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이같은 김기식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같은 전결규정에 대해 몰랐다"며 "보고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우조선해양의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이 추진해 1조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송가프로젝트의 경우 사업을 추진하며 110여차례 이상 설계를 변경했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원가상승분은 모두 대우조선해양이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식 의원은 "산업은행은 3명의 CFO를 대우조선해양에 내려 보냈지만 이같은 전결규정 때문에 전혀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다"며 "이같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제도개선을 해내지 못한 산업은행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기준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실태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것은 홍 회장 본인이 인정을 했다"며 "더 나아가 그 책임은 홍기택 회장님을 낙하산으로 보낸 박근혜 정권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회장 "9월말쯤 실사결과 나올 것…분식확인때 조치"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9월말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홍 회장은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을 받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는 경영정상화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2개월간 진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회장은 "현재 경영관리단을 파견하고 금융회사 협조를 얻어서 재무적 지원 방안을 마련을 하고 있다"며 "대우조선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회사인만큼 유상증자와 대출 등을 통해 가능한 모든 재무적 지원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이 잘 다듬으면 살아날 가능성이 있냐"는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기본적으로 LNG선이라든지 다른 특수선에 대해선 세계 1위"라며 "기술력 보유하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실물적으로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분식회계로 결론이 날 경우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가를 묻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는 "분식회계 여부는 저희가 판단할 사안이 아니라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들다"며 "분식회계 판명이 날 경우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적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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