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덕지 교육 현주소는] ③ "승패보다 즐기는 과정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

머니투데이 MT교육 정도원 기자 2013.05.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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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구 리틀야구단의 김태영 군(13·왼쪽)과 임성민 군(13). /사진=정도원 기자동작구 리틀야구단의 김태영 군(13·왼쪽)과 임성민 군(13). /사진=정도원 기자


엘리트 야구의 길을 걸으려는 예비 선수들이 아닌, 취미로 야구를 즐기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취미반' 리틀야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9회 도미노피자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1회전에서 경산시 리틀야구단을 만나 0-3으로 석패한 동작구 리틀야구단도 이런 '취미반' 리틀야구단이다.

이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 김태영 군(13)은 "요즘 중간고사라 오랫동안 야구를 못하다 했더니 재밌다"며 "야구는 흐름이라는 게 있는데, 그 흐름이 한 점 먹었을 때 꺾였다"고 분석했다. 경기의 승부처를 짚으며 흐름을 강조하는 분석 능력이 하일성 해설위원과 비견할 만하다.



야구를 하면 무엇이 좋은 것 같냐고 물으니 "포수를 맡아 리더십도 배우는 것 같고, 친구들 간의 우정이 두터워지는 게 너무 좋다"며 "(임)성민이도 내가 야구하자고 꼬셔서 데려왔다"고 말했다. 임성민 군(13)은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집에만 있지 않고 이렇게 다함께 유니폼을 맞춰 입고 대회에 나오는 것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우문현답을 나누고 있는데 이 감독이 다가와 김 군에게 "배팅연습장에서 굉장히 많이 쳤다더니 대체 어떻게 된 거야"고 묻는다. '선수반'이었다면 감독의 엄한 질책이었겠지만 말하는 이 감독도 웃고 있고, 듣고 있는 김 군도 생글거리는 표정이다. 임 군이 천연덕스럽게 끼어들어 "저는 잘 쳤는데 투수가 잘 잡았다"고 말한다.



이준 동작구 리틀야구단 감독. /사진=정도원 기자이준 동작구 리틀야구단 감독. /사진=정도원 기자
이 감독은 "대회 1회전에서 졌는데도 다들 표정이 밝지 않느냐"고 물으며 "학교 야구부에서도 오랫동안 지도자 생활을 했지만 운동부에서는 이렇게 못한다"고 말했다. 이런 대회 1회전에서 탈락하면 아무도 말이 없고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도 쥐 죽은 듯이 조용하다는 것이다.

"다들 '도착하면 얼마나 혼날까' 그 생각만 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이 감독의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든 선수로 '만들어야' 하니까 혼낼 수밖에 없다"며 "나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던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어떨까. 이 감독은 주저없이 "물론 지금은 나도 즐겁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돌아봤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는 아이들이 어린이날 선물로 받은 바나나를 하나씩 까서 먹고 있었다. 바나나를 우물거리면서도 왜 1회초 무사 만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했는지, 왜 4회초 잘 맞은 타구가 투수 직선타가 됐는지를 재잘거리고 있다. 경기에 졌는데도 밝은 모습이다.


"동작구 리틀야구단에겐 대회도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사생결단의 링이 아니라, 평소 주말에 자신들이 해왔던 것을 테스트하는 장"이라고 이 감독은 정의내렸다. "이런 대회를 통해 성취감도 얻고 자신감도 생기고, 또 어렸을 때 출전한 이런 대회의 경험이 얼마나 좋은 추억이 되겠느냐"고 묻는다.

이 감독이 생각하는 취미반 리틀야구의 장점은 무엇일까. 그는 "아이들이 공부하며 같이 할 수 있으니까 좋다"며 "선수가 되려는 생각으로 운동을 시작하면 본인이 하고 싶어서 시작했더라도 힘들 때가 많다"고 말한다. 또 어려운 야구 규칙도 배우고, 야구의 기본기를 익히고, 적극적이 되고, 사회성도 기른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아이들끼리 밖에서 놀라고 내보내도 서로 학원 다니는 시간이 다르다보니 학부모의 어린 시절 같지 않아서 만나서 함께 뛰어놀기도 쉽지 않다. 이 감독은 "평상시 아이들이 학원만 오가며 집에 있을 때는 컴퓨터만 하거나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단체 스포츠를 통해 예의범절과 협동심을 익히고, 아이들이 즐기며 커나갈 수 있도록 학부모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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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취미반' 리틀야구단, 그들이 배우는 것
③"승패보다 즐기는 과정에서 배울 것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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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우리만의 스토리, 한국의 '고시엔' 머지 않았다
⑧학교 스포츠클럽 활동의 산업 파급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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