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니냐 경제학' = 애그플레이션?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0.08.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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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니냐, 곡창 지대 기후 바꿔 수확 차질 야기..美 원유·가스 생산에도 악영향

러시아는 150년만의 가뭄과 산불로 땅이 타들어간다. 반면 중국, 파키스탄은 물난리로 아우성이다. 파키스탄의 경우 홍수로 이미 1600여명이 숨졌고 이재민만 2000만명이 넘는다. 한반도 곳곳도 국지성호우가 휩쓸며 피해를 늘린다.

이같은 극단적 기후현상은 '라니냐i(La Nina)'에 따른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파악한다. 스페인어로 '소녀'라는 뜻을 지닌 라니냐는 동태평양의 수온이 올라 발생하는 '엘니뇨(아기예수)'와는 반대로 칠레 앞바다의 수온이 떨어져 야기되는 기후변화현상을 일컫는다.



호주 기상국은 17일 "최근 태평양 일대의 징후들을 보면 현재 라니냐의 초기 단계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라니냐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돼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상 기후와 재해로 인한 피해는 인명과 재산상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주요 곡물산지마다 가뭄과 폭우, 이상기온으로 수확에 큰 차질을 빚게 하는 동시에 미국의 원유 및 가스 생산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상품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국제 상품시장에 자연의 불가항력적인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다시금 증명해 보이며 자칫 농산물가 급등에 따른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마저 키운다.



흑해 지역의 곡창지대가 가뭄으로 황폐해질 때까지 헤지펀드들은 밀 등 곡물 가격의 하락세에 베팅해 수익을 거뒀지만 이제 상황은 급격히 달라졌다.

지난 2개월 동안 이상 기후로 인해 밀 가격은 60% 급등했으며 옥수수 가격은 20% 이상 올랐다. 러시아가 수급조절을 위해 곡물수출 제한에 들어가며 가격 변동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뭄은 설탕과 고무 같은 원자재 가격의 급등도 불러 일으켰다.

'라니냐 경제학' = 애그플레이션?


라니냐는 곡창 지대가 밀집한 남반구에 특히 큰 위협이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호주, 남아프리카 지역에서의 피해가 가장 우려되고 있다. 세계 2위 옥수수 수출국, 세계 3위 콩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라니냐에 의해 기후가 건조해 지면서 곡물 수확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흑해 지역에서 밀값 파동이 일어나면서 생산 규모가 크지 않은 아르헨티나의 밀 수확마저 주목을 받고 있을 정도다. 예년과 달리 아르헨티나가 평균 이하의 밀 수확을 기록한 것도 밀 값 상승세의 요인이 됐다.

라니냐는 남미를 넘어 북미 대륙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라니냐에 의해 대서양의 허리케인이 보다 활성화되면서 미국의 원유와 가스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또 아시아에서는 몬순 기후를 심화시켜 인도네시아의 야자유 및 주석 생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의 생산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변화에 쓴 맛을 본 상품 투자자들은 잔뜩 움츠린 상태이며 트레이더들은 날씨에서 비롯되는 변동성에 철저히 대비하는 등 상품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은 상태다.

코나 해크 맥쿼리 농산물상품 애널리스트는 "기후 조건이 보다 더 악화될 경우 계속될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두렵다"며 향후 상품시장이 추가적인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후학자들의 말을 인용, 라니냐 현상이 12월께 정점에 이르는 등 올해 내내 지구촌을 몸살나게 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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