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채무 그리스보다 나쁜 점 있어"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2010.02.11 16:42
글자크기

외국계 증권사 "韓 국가채무 증가속도 우려할만해"

정부가 연일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공기업부채까지 포함할 경우 국가채무가 700조를 넘는다는 언론보도에 즉각 반박자료를 내는 등 정부재정에 이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의 이 같은 재정 건전성 강조에 대해 한국 경제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외국계 금융사는 국가채무의 절대규모 보다는 증가속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채무 규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8.8%에 비해 양호하다"는 정부주장에 공감을 표시했다. 공기업 부채를 제외할 경우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5.1%. 공기업부채(320조원,2008년기준)까지 합산하더라도 66%대에 불과하다. 최근 재정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115.3%)와 포르투갈(81.2%)보다 건전하다는 것.

하지만 증가속도에 대해서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송기석 메릴린치증권 전무는 11일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외국인들은 한국의 국가채무가 너무 빠르게 증가하는 거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확장적 재정정책의 결과 국가채무가 전년보다 18.4% 증가한 이후에도 11.3%(2010년) 9.7%(2011년) 6.3%(2012년) 등 증가방침을 세운 정부정책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이다.



"한국 국가채무 그리스보다 나쁜 점 있어"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외국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당장 주식이나 채권시장에서 외국인들이 이탈할 악재는 아니지만 자기확장적 성격을 가진 재정 특성상 채무규모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고 있는 한국현실에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재정축소에 동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만난 외국인들은 지급준비율 인상과 은행 대출 축소 등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중국정부 정책에 안도감을 느낀다"며 한국정부 정책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한국의 국가채무는 그리스보다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수치상으로는 재정건전성이 좋지만 "단일 정치경제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스 지원에 나서는 유럽연합(EU)과 달리 한국은 위기시 지원해줄 원군이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그런 만큼 한국정부가 국가채무 관리에 보다 세밀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상황을 외국인이 좀 더 심각하게 인식할 경우 주식과 채권은 물론 외환시장에서 외국인 이탈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외국인 고객에게 한국증시에 대한 의견을 '비중축소'로 제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의 김동일 채권부문 최고투자임원(CIO)는 "외국인 채권투자자들이 한국의 국가채무를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보다는 재정이 건전하며 최근 채무증가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일시적 현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전했다. 특히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