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거래세 연 최고 1% 수익률 하락효과

머니투데이 박성희 기자 2009.08.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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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 회전율 높은 성장형펀드, 차익거래펀드에 타격

내년부터 공모펀드에 증권거래세가 부과되면 펀드 수익률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펀드가 주식을 사고 팔면서 내야할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가장 타격이 큰 건 매매회전율이 높은 성장형펀드와 차익거래 펀드다.

25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가 주식을 팔 때 내야하는 거래세 0.3%가 다시 부과되면 평균 수익률은 연 0.6~0.9% 낮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주식형펀드의 매매회전율은 200~300% 수준이다. 이는 펀드가 1년간 편입된 전체 주식을 2~3번 완전히 교체한다는 뜻으로, 교체 회수만큼 거래세가 펀드 비용으로 발생하게 된다.



특히 주식 거래가 빈번한 성장형펀드의 수익률은 보다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주식형펀드의 평균 매매 수수료율은 성장형이 0.69%로 가장 높았으며 테마형과 인덱스형이 각각 0.57%, 0.51%로 그 뒤를 이었다. 가치형펀드는 0.18%로 성장형의 4분의 1 수준이다.

실제로 우량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신영마라톤펀드A'의 경우 최근 1년간 매매회전율은 60%에 불과한 반면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는 700%에 달한다. 거래세 부과로 인한 수익률 차이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셈이다.



오온수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세 부과는 가치형펀드에는 상대적으로 호재인 반면 회전율이 높은 성장형에는 악재"라며 "불필요한 매매를 줄이는 노력이 없을 경우 앞으로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익거래를 통해 '플러스 알파'의 수익을 올리는 인덱스펀드도 운용 전략 수정을 고민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차익거래 펀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매수하고 고평가된 자산을 매도해 무위험 수익을 거두는 전략을 사용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매매회전이 높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4일 현재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형 인덱스펀드의 연초 후 수익률은 41.17%로, 주식에만 투자하는 인덱스펀드(39.96%)보다 1.2%포인트 이상 높다.


인덱스펀드를 운용중인 한 펀드매니저는 "이같은 수익률 차이는 거래세가 없을 때 차익거래로 가능했다"며 "비용 부담없이 또 다른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선 거래세가 부과되면 차익거래로 수익을 올리는 펀드는 생존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 애널리스트는 "거래세가 부과된다면 자산간 스프레드가 발생하더라도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익거래 전략을 사용할 수 없어 궁극적으로 펀드의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운용사로선 난감한 입장이다. 정부에선 증시가 안정되고 펀드 투자가 활성화돼 당초 세제지원 취지를 상당부분 달성했다고 보고 있지만 이번 조치로 환매 규모가 더 커질까 우려해서다.

모 운용사 관계자는 "하루에 1000억원 이상의 환매가 쏟아지는 현 시점에서 거래세 부과가 호재일 순 없다"며 "수익률이 낮아져 원금 회복 속도가 더 늦춰지는 것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펀드 운용상 비용이 늘면 수익률이 낮아져 결국 펀드 투자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사후적으로 환매 욕구가 커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펀드 운용시 불필요한 주식 거래를 줄이고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 기준이 강화돼 중장기적으로 펀드 시장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거래세 부과로 비용 부담이 큰 운용사로선 과거처럼 단순히 수익을 높이기 위해 원칙이나 기준없이 불필요하게 주식을 사고 팔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애널리스트도 "운용사들도 매매를 통해 단기 성과에 치우치기보다 성장성 높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쪽으로 변화할 것"이라며 "이는 결국 투자자에게 성과로 연결돼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과거 수익률만 보고 펀드를 선택하던 투자자들도 자신이 가입하려는 펀드가 어떤 스타일인지, 매매회전율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부분을 꼼꼼히 따져서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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