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이제 어디로 가나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09.08.1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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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간부 대부분 구속… 차기 선거 위한 대의원대회도 개최 힘들어

지난 6일 쌍용차 (5,510원 ▼140 -2.48%) 파업 사태가 타결되고 불과 일주일만인 13일부터 공장은 정상 가동에 돌입하지만 위기극복의 필수조건인 노사협력 관계는 불투명해졌다.

노조가 지도부 대거 구속 등으로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이면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지도부 선출도 난제가 쌓여 있어 당분간 쌍용차 사측은 장악력 있는 교섭상대가 없는 처지에 놓일 전망이다.



우선 쌍용차 노사의 당면과제는 지난 6일 합의에 따른 실무협의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구조조정과 고용관계 유지 대상 비율을 각각 58% 대 42%로 나눴지만 구체적 선별 작업 및 관련 후속조치는 실무협의를 통해 정리된다.

ⓒ유동일 기자ⓒ유동일 기자


12일 쌍용차 노사에 따르면 전날 불구속 처리돼 운신이 자유로워진 김선영 수석부지부장을 중심으로 노사실무협의를 위한 사전준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집행간부 37명 중 핵심간부 20여명 이상이 구속되고 10여 명 만이 남은 상황이라 사정이 여의치 않다.



노조 한 간부는 이날 "남아 있는 간부들도 구속자들을 돌보느라 현황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며 "수석부지부장이 회사와 논의하는 정도만 안다"고 말했다. 사측 역시 구조조정을 속히 마무리해야 하는 만큼 시일이 오래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또 향후 회생계획안 이행 및 매각과정을 위해서도 노조가 안정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아 있는 직원들이 강도 높은 자구책을 견뎌내고 인수단계에서 고용불안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지도력 있는 노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노사가 대타협했다는 사실만으로 상징적 의미가 큰데 사태 직후 노조가 계속 힘없이 장악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현장 불안만 가중될 수 있다"며 "회사로서도 파트너십을 갖춘 상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노조는 농성을 푼 지 일주일째 노조사무실조차 출입을 못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강경한 사측 직원들과 충돌문제도 있고 여러 가지 내부 상황이 정리가 안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당초 9월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 선거도 난항이 불가피하다. 대의원 대회를 열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100여명의 대의원 중 상당수가 이미 파업 불참 등으로 제명됐다.



노조는 이날 '쌍용차 전 사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동족상잔'의 상처를 딛고 갈등의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야 한다"며 "노조는 집행부를 비상체제로 운영하면서 이후 제반조치들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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