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서 발목 잡히나?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2009.07.2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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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판매 전년比 64%↓… 인도도 낙관 어려워

↑현대자동차 수출차량들이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수출차량들이 부두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249,000원 ▲3,000 +1.22%)가 올 상반기 중국에서 사상최대인 25만7003대를 판매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시장의 수요 감소폭을 중국과 러시아와 등 신흥시장으로 메우겠다는 현대차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현대차와 유럽비즈니스협회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러시아시장에서의 현대차 판매 실적은 3만70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2814대에 비해 64% 급감했다. 특히 5월과 6월 들어서 판매 감소폭이 각각 77%와 72%로 상반기 전체 평균 감소폭보다 더 컸다.

모델별로는 주력인 '겟츠'(클릭)가 지난해 상반기(2만1162대)와 비교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1만1006대 팔리는데 그쳤으며 아반떼도 53% 줄어든 4215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도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한 3만606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판매급감은 러시아가 세계 다른 지역보다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미국 발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주요 수출품인 원유와 가스 수출액이 줄면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달 올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6~8%선에 이를 것 이라고 발표하면서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당시 경제성장률인 마이너스 5.3%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올 상반기 1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브랜드 가운데 4%의 판매증가율을 보인 폭스바겐을 제외하고는 최대 67%가까이 판매가 줄어들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국 자동차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 중고차에 대한 관세를 올린 것도 현대차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작년 6월 착공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의 완공을 당초 올해 말에서 2011년 이후로 연기하는 등 현지 생산 전략도 일부 수정한 상태다.

양승석 글로벌 영업본부장(사장)도 최근 기자와 만나 “중국시장이 좋고 미국과 유럽 등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러시아와 중동 신흥시장이 급락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상황을 예측하기는 어렵다”며 신흥시장이 글로벌 판매 전략에 발목을 잡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세계경기 침체에도 비교적 선전하고 있는 인도시장은 올 상반기 13만5751대를 판매해 지난해 같은 기간(13만6194대)과 거의 비슷한 판매량을 보였다.



다만 월별 판매량이 매달 두 자리 수 이상의 증가와 감소를 거듭하는 등 상황에 따라 판매량이 들쑥날쑥해 하반기 시장 전망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해 러시아 시장의 판매 실적이 워낙 좋아 경기 침체로 판매가 줄어든 올해에는 감소폭이 다른 브랜드 보다 크게 느껴지고 있다”면서 “패밀리 카드 발급과 모스크바 등 주요지역에 신규 매장 오픈 등 다양한 판매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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