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터진 '국회' 속터지는 '국민'‥민원 하루 200통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2009.06.25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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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에 직무유기 국회의원 질타·비난 전화 빗발쳐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국회는 대체 뭐하는 곳입니까. 기업이 우리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준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유예기간이라도 두는 법을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줘야 우리 같은 사람도 살 수 있을 것 아닙니까."

"국회의원들이란 자들이 뭣들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법을 만드는 국회에서 법을 안 지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어느 나라 국회가 또 이런답니까."



요즘 여당인 한나라당 민원국에는 하루 평균 200통 이상의 전화가 걸려온다. 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 평균 160~180여 통의 전화가 오는 점을 감안하면 '화난 민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주로 "법적으로 국회가 열리고도 남았을 시간에 여야가 정쟁만 일삼고 있다", "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는 국회의원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등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않고 시간만 소모하고 있다는 비판 전화다.



방종현 당 민원국 국장은 "6월 국회를 열지 못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이 많다"며 "이런 불만이 전체 민원 가운데 70%가량"이라고 말했다. 또 "국회 개회가 지연되고 있는데 대해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제대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상당수"라고 밝혔다.

국회가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민주당 등 야당의 공세 때문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한나라당이 정말 '한나라'당인지 '두나라'당인지 모르겠다"는 불만 여론이 높다는 전언이다. 또 "거대 여당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이제 뭐를 해도 믿을 수가 없다"는 질타도 많다.

특히 비정규직이 해고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정치권이 연일 논쟁만 하고 있는데 대해 "싸움 좀 멈추고 발등에 떨어진 법부터 처리하라"는 의견이 최근 급증했다고 한다.


체감경기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어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추구하는 감세 등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생활필수품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데 대비책을 세워 달라", "이러다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 같다"는 지적이 많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감세가 되는 만큼 지방 국고보조금은 줄어들어 살림이 어렵게 된다"는 호소가 주를 이룬다.



이처럼 국회를 열리지 않아 민생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는데 대한 불만도 많지만 개인사를 풀어놓는 '넋두리'형 전화도 최근 들어 심심치 않게 걸려온다.

한 당직자는 "전화를 해서 다짜고짜 개인사를 늘어놓으며 푸념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그만큼 살기 어려워졌다는 뜻인 것 같아 냉정하게 말을 끊지 못한 채 얘기를 다 들어준 적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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