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마켓 등 위험 자산 투자 되살아났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9.05.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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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1주새 40억달러 순유입, 위험에 대한 식욕 회복 반영

전세계 투자자들이 이머징마켓의 주식과 통화 등 위험 자산에 대한 '왕성한 식욕'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WSJ은 경제 위기로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던 투자자들이 몇주 전부터 위험하다고 경계하던 시장으로 되돌아오기 시작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넘어서면서 투자자들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지난해 10월 저점에서 75% 급반등했으며, 이머징 23개국 증시를 포괄하는 MSCI 이머징마켓지수는 3월 초 이후 50% 급등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와 EPFR글로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 4월 30일~5월 6일 1주 동안에만 40억 달러 자금을 이머징시장에 순유입했다. 이는 2007년 후반 이후 최대이며, 주간 기록으로 8번째에 해당한다.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으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비해 미국 펀드에서는 지난 7주동안 98억달러를 빼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머징마켓에 대한 투자 확대는 최악의 경기침체 국면이 지나갔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대규모 경기부양책도 이머징마켓에 대한 위험 선호를 되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로버트 바센슈타인 크레디트스위스 프라이빗뱅킹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머징마켓으로 자금 유입이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브라질과 중국이 선진국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도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센슈타인은 "우리 앞에 놓인 블랙홀은 이제 사라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머징마켓이 회복 신호를 보이자 위기로 인해 달러, 엔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던 투자자들이 자금을 빼내 다시 이머징마켓 등 위험자산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달러지수는 지난 3월 5일 이후 7.5% 하락한 점은 이를 잘 반영한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머징마켓에 대한 장기 베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핌코 펀드매니저는 "이머징 국가들이 선진국에 비해 더 나은 경제성과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이 장기 베팅을 이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머징마켓 성과에는 중국 영향도 크다. 중국이 지난해 11월부터 4조위안 규모 경기부양책을 시작함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는 지난주에만 10% 급등한 배럴당 58.63달러를 기록, 6개월래 최고치로 치솟았다. 천연가스도 지난주에만 21% 올랐다.



러시아 증시도 에너지 가격과 금속 가격 상승에 힘입어 올 들어 45%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올들어 러시아 관련 투자 펀드에 3억7600만달러의 자금을 순유입했다.

우리 란데스만 ING투자운용 글로벌 주식 책임자는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개선되면 이들 지역 증시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 증시의 랠리가 이머징마켓의 더 큰 랠리를 이끌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조나단 아우어바흐 아우어바흐그래이슨 펀드매니저는 "이머징마켓이 크게 반등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예상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엔리케 메이렐레스 브라질중앙은행 총재는 "과도한 낙관론은 위험하다"면서 "부정적인 수치가 나올 때 이러한 낙관론이 실망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라질은 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이것이 아직 위기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브라질 정부 당국은 헤알화가 지나치게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주에만 외환시장에 2번 개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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