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소환쟁점 '포괄적 뇌물죄'란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2009.04.30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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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이 30일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된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은 지난 1995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이후 14년 만이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세번째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적용하려는 혐의는 '포괄적 뇌물죄'다.



'뇌물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금품을 받았을 때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 129조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의 경우 직무 범위가 넓고 대가 관계를 광범위하게 봐 구체적인 청탁 없이 금품을 수수했다고 하더라도 '포괄적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법원은 1997년 4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포괄적 뇌물죄'를 인정해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확정했고 2205억원, 2623억원을 뇌물로 보고 추징금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운영 편의나 정책 결정상 선처 명목으로 기업체가 대통령에게 제공한 금품은 대통령이 국정수행에서 누리는 지위에 비춰볼 때 대가성과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박연차 리스트' 사건으로 앞서 구속된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으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서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요구했다거나 구체적인 청탁을 받았다는 등 확증이 없는 상황에서 박 회장의 돈과 노 전 대통령 간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어떻게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는 게 법조계 인사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서울의 한 지방법원 판사는 "현재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의 돈과 관련됐다는 정황증거나 간접증거를 확보했을 뿐"이라며 "포괄적 뇌물죄가 인정되느냐 여부는 검찰이 문제의 돈이 오가는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는지, 암묵적인 청탁이 있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로펌의 한 변호사는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부탁을 받고 돈을 건넸다는 일관된 진술이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이 부인하더라도 정황증거들과 함께 혐의를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될 수 있고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다만, 박 회장이 진술을 번복한다면 노 전 대통령을 포괄적 뇌물죄로 처벌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돈을 요구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이나 돈이 오가는 과정에 개입한 정 전 비서관의 결정적 진술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라며 "만일 검찰 주장대로 노 전 대통령의 혐의가 입증되면 수뢰 액수가 1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와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관저로 전달한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가 대통령의 직무 및 권한과 관련됐고 노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점을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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