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경제팀과 '다름'이 성패 갈림길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2009.02.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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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증현호, 정책운용 방식 차별화 전략-정책방향은 유지

10일 취임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에게 강만수 전 장관의 1기 경제팀은 '반면교사'나 마찬가지다.

윤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강만수 경제팀과)경제 운용 방향은 다를 바 없지만 미시적으로 디테일하게 방법이나 수단에선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큰 틀의 정책 기조는 유지하겠지만 정책 운용 방식은 이전 경제팀과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다. 강만수 경제팀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분석해 잘한 부분만 계승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윤 장관은 강만수 전 경제팀과 '같지만, 또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정집행 확대를 통한 내수부양 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 장관은 더 나아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조기에 편성해 시장에 자금을 더 투입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강만수 경제팀의 최대 성과로 평가되는 한미 통화스와프 확대 등 국제공조 강화 노력도 가속화한다.



그러나 윤 장관의 고민은 '같음'이 아닌 '다름'에 있다. 1기 경제팀의 패착을 어떻게 '성공 사례'로 돌려놓을지에 윤증현 경제팀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증현 경제팀은 '차별화'를 위해 일관된 정책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하게 전달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경제팀은 지난해 상반기 경상수지 확대를 목적으로 고환율 정책을 쓰다가 하반기부터 물가불안을 내세워 환율 방어 기조로 급선회하면서 외환보유액 감소는 물론 시장의 신뢰를 상실한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윤 장관도 이런 점을 의식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면한 과제인 기업 구조조정 방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기 경제팀은 채권은행을 통한 자율적인 구조조정 전략을 구사해왔다. 금융권에 맡겨놓다보니 시기도 미뤄지고 구조조정 규모도 시장의 기대보다 못 미쳤다는 지적이 이어져왔었다.



그러나 윤 장관은 "필요하다면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겠다"며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는 마지막 카드까지도 이미 제시해놨다.

1기 경제팀의 한계로 평가됐던 부처간 '불협화음'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강만수 전 장관과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알력 다툼으로 정책집행의 신뢰와 속도를 스스로 갉아먹은 측면이 강했다.

관료 출신인 강 전 장관과 민간 출신인 전 전 위원장의 '주파수'가 맞지 않았다면 윤 장관과 현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행시 선후배이자 재무부와 재경원에서 '과장-사무관' '국장-과장'으로 오래 호흡을 맞춰 하모니가 잘 이뤄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진 위원장은 윤 장관 취임에 맞춰 구조조정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갖는 등 선배이자 경제팀장인 윤 장관에 대한 예우를 갖추고 있다.



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관계 설정도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과 이성태 한은 총재는 환율 및 금리정책을 놓고 다른 시그널을 던져 시장에 혼선을 줬었다. 또 두 부처는 한미 통화스와프 확대 성사건을 두고서는 서로 공을 차지하려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한은이 저금리 정책으로 돌아섰고, 이명박 대통령이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조율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갈등은 노출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윤 장관의 리더십이 가미된다면 한은과도 정책조합도 원활해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강 전 장관은 이날 윤 장관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과천을 떠나면서 "정책은 창조적 파괴"라고 정책추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 장관에게 필요한 것도 '창조적 파괴'로 요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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