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親朴, 청와대서 무슨 애기했나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2009.02.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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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오찬 대화록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청와대로 한나라당 최고위원·중진의원 2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박희태 대표,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 의장 등 당 고위층은 물론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과 안상수, 공성진 등 친이(親李) 진영, 그리고 친박(親朴)계 김무성, 홍사덕 의원 등 당의 최고 실력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오찬이라는 타이틀이 붙긴 했지만 정권 출범 후 1년 만에 청와대에서 친이·친박계가 이처럼 자리를 함께 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중진의원들을 모시는 게 좀 늦었다"며 "앞으로 시간 내서 자주 이야기하는 기회 갖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오찬에는 박근혜 전 대표가 참석해 무게감을 더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만남은 지난해 5월10일 청와대 단독회동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 대통령은 여권 내 야당이라는 표현을 들을 정도로 당내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는 박 전 대표를 맞이하는데 극진한 공을 들였다.

다음은 이날 12시부터 1시25분까지 진해된 오찬에서 참석자들이 말한 발언록이다.



▶이명박 대통령
- 2009년은 새로운 각오로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 금년이 어려울 것 같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세계 경제전망이 갈수록 비관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내년부터 가장 빨리 회복세를 타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4개국이 될 것이라고 국제기구에서 전망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올해 상반기에 대량 해고 사태가 있을 것이다. 국제노동기구(ILO) 보고대로 안 되었으면 좋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금년에 부득이 5000만 명이 해고될 것이라고 한다. 하루에 7~8만 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는다는 얘기다. 우리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job sharing) 등 여러 선제적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경제적 장애물은 당·정이 힘을 모아야 해결할 수 있다. 지금은 긍정의 힘을 모을 때다. 금년 연말 경제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국민에게 희망의 싹을 보여줄 수 있는지는 전적으로 집권여당과 정부에 달려 있다. 그때는 우리가 무한책임을 진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당·정이 진정 화합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나부터 나서겠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 대통령께서 건배사에서 다난흥방(多難興邦)이라고 하셨다. 어려움이 많을 수록 나라가 흥할 수 있다는 뜻이다. 요즘 들어 다난흥방이라는 말을 가슴에 되새기며 살아가고 있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합심 노력하여 나라를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도록 하자. 한나라당 당헌에 ‘대통령은 당의 정강정책을 국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모두 새 역사 창조의 주역이 되자.

▶홍준표 원내대표
- 지난해 촛불사태 겪으면서 당이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정책 입안 과정에서 당과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달라.



▶홍사덕 의원
- 머지 않아 지하벙커에서 근무하는 ‘워룸’ 근무자들이 하루빨리 거기서 나오기를 기대한다. 또 대통령이 평양에서 오는 사절을 접견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 다함께 나가자.(건배제의)

▶이윤성 국회부의장
-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염세론자는 기회를 장애를 만들고 낙관론자는 위기를 기회를 만든다’고 말했다. 건배사로 '다함께’를 선창할테니 ‘기회로’라고 화답해 달라.

▶안상수 의원
- 중진의원들을 자원·무역외교에 적극 활용해 달라.



▶황우려 의원
- 시군구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세밀하게 일자리 현황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국가 전체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 우수 지자체장을 포상하는 등 격려 해 달라.

▶김무성 의원
- 지난달 미국에 가보니 여기서 생각하는 것보다 실물경제 침체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아 모두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동참하고 고통을 분담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 우리에게 기회를 주면 그런 역할을 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 오늘을 당내 통합의 계기로 삼아 자주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근혜 전 대표
- 대통령께서 직접 생일을 축하해 주셔서 감사하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에서 정부가 노력 많이 했고 대통령께서 고생이 많으셨다. 경제를 꼭 살려서 국민에게 희망을 주시기 바란다. 2월 국회가 오늘부터 시작되는데 쟁점법안일 수록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국민간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쟁점법안과 관련해 정부가 바라보는 관점, 야당이 바라보는 관점, 국민이 바라보는 관점이 서로 차이가 크다. 사회통합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아무쪼록 당과 정부가 긴밀히 협의해 경제도 살아나고 법안들도 잘 처리됐으면 좋겠다.



▶이명박 대통령 마무리 발언
- 한나라당의 단합과 위기극복의 지혜와 용기를 함께 바라는 의미에서 건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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