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1조클럽① 증권금융, '공룡'의 등장

더벨 김동희 기자 2008.06.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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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리포트]발행잔액 1.6조원 '톱', 신용불안 오면 시장에 충격 줄 수도

편집자주 【편집자주】국내 기업어음(CP) 발행이 급증하면서 단기자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신용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thebell은 CP잔액이 1조원을 넘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CP발행이 증가한 배경을 사례별로 살펴보고, 개별기업이나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조망해 본다.

이 기사는 06월09일(09:4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증권금융이 기업어음(CP) 시장의 공룡으로 급부상했다. CP 발행잔액이 1조6500억원으로 국내 기업 가운데 최고다. 주식시장의 호황과 미수거래 제도의 폐지로 증권사들의 차입수요가 증가하자 대출재원 마련을 위해 CP발행을 크게 늘렸다.



증권금융의 CP잔액 급증 자체를 걱정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워낙 신용도가 높은데다 대출금 만기가 보통 3개월로 짧아 만기불일치의 문제도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금융처럼 높은 신용을 갖춘 곳들이 대규모 CP를 발행할 경우 재무안정성이 떨어지는 금융회사나 일반기업들은 더욱 심각한 유동성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CP 발행 급증...전년 1월比 16배

9일 금융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의 CP잔액은 지난 5월29일 기준 1조65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기업과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06년 말까지 CP발행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CP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셈.

CP1조클럽① 증권금융, '공룡'의 등장


증권금융은 지난 2006년 말까지 CP를 사용하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했다. 지난해 1월 잔액이 1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 CP발행을 부쩍 늘리기 시작하더니 6월 말에는 1조5050억원으로 불어났다. 무려 15배의 순증을 기록한 것이다.


한 달간 발행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정도로 변동 폭도 크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88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10월부터 1조4000억원 수준으로 다시 늘었고 12월에는 1조1700억원으로 줄었으나 올해 1월부터는 다시 증가해 지난 4월말 1조8000억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증권금융측은 "2000억~3000억원 가량은 은행 종금계정에서 보유한 것으로 CP가 아니라 어음차입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증권금융은 CP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대부분 금융기관 대출에 사용했다. 증권금융의 대출 자산은 2008년 3월말 현재 3조321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1조3429억원(67.9%)이 늘었다. 대출재원의 절반 가량(50%)을 CP를 통해 조달했다는 계산이다.



지난해 주가가 2000포인트를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증권사의 신용융자 신청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미수 거래 제도가 없어진 것이 증권금융 신용융자(대출) 확대에 가장 큰 역할을 했다.

CP 발행 늘어난 이유? "대출재원"

증권금융의 주 수익원은 금융기관 대출이다.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해 증권사 등 금융회사에 대출을 해주고 금리차이로 수익을 얻는다.



증권금융의 CP 발행이 대출증가와 궤적을 같이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CP 이외에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있지만 대출과 직접 연관되는 자금은 비교적 규모가 적다. 다만 다른 조달수단의 일시적인 증감은 CP잔액의 변동폭을 확대시켰던 요인으로 추정된다.

증권금융의 자금조달 수단은 크게 국고재원과 MMF고객예탁금, 콜이나 RP, CP, 증권금융채 등이다. 고객 주식 예탁금이 있지만 언제 자금이 빠져나갈지 몰라 초단기로 운용할 수 밖에 없다. 콜자금과 RP, MMF도 다르지 않다. 그러나 MMF예탁금이 급격히 줄거나 증가할 경우 CP를 이용해 자금을 조달 할 가능성은 있다.

지난해 9월말과 12월말 CP가 빠르게 줄어든 것도 MMF예탁금 규모와 무관하지 않다. 이 시기 CP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정부의 신용융자(대출) 제한 조치였지만 증권금융의 다른 재원이 늘어나면서 CP를 줄일 수 있었던 것.



상환 실패 위험은 매우 낮지만…

증권금융이 CP를 폭발적으로 늘렸지만 상환에 실패할 위험은 낮다는 평가다.
CP가 유동성위험이 높은 자금조달 수단이지만 증권금융이 주로 단기 대출 상품과 짝을 맞춰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3개월짜리 대출을 3개월짜리 CP와 연동하면서 부실위험을 줄인 것.

대부분의 대출이 주식을 담보하거나 증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재무위험이 높지 않다는 근거다.



그러나 증권금융이 CP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우려다. 평상시에는 별일 없겠지만 신용경색이 확산되거나 유동성 명목현상이 발생할 경우 자산운용사 펀드 등이 증권금융 CP를 소화하느라 상대적으로 신용이 떨어지는 기업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다. 정작 일시적으로 자금을 써야 할 사정이 있는 중소기업들이 손도 못써보고 부도로 몰릴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신용대출 시장의 급격한 위축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주가가 폭락해 개인이 신용대출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는 대신 대출을 갚아야 한다. 증권사로서는 주식을 담보하고 있지만 주가하락으로 인한 부실을 떠안을 위험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 길기모 크레딧애널리스트는 "우량기업이 변동성이 큰 자금조달원에 대한 의존도를 키워 놓을 경우 파장은 전방 금융회사나 크레딧이 나쁜 기업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며 "증권금융이 CP를 늘렸다고 해서 유동성위험이 커진 것은 아니지만 좀 더 안정적으로 재원을 마련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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