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관 "이건희회장 주식 차명보유"

오동희 오상헌 기자 2008.04.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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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부터 28만800주… 보유자 총11명, 李회장은 모를 것"

삼성물산 회장을 지낸 현명관(67)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이 10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소유의 삼성생명 주식 28만800주(액면가격 14억원)를 차명 보유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현 위원장은 이날 오후 한나라당 제주도당 사무실에서 가진 도당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에서 "그간 제 명의로 된 삼성생명 주식이 실질적으로 제 소유라고 일관되게 말씀드려 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소유주는 그룹 오너인 이건희 회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식 차명 보유 시점에 대해서는 "이병철 회장이 돌아가시기 직전"이라며 "당시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장이 신라호텔 전무였던 나에게 전화가 왔다. 그 때 차명관계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희 회장이 알았는지에 대해 "(내가 삼성생명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하는 데) 이건희 회장은 관여되지 않았다. 당연히 모를 것"이라고 밝혔다.



현 위원장은 지난 달 초 삼성특검에 소환돼 차명 보유 삼성생명 주식과 에버랜드 전환사채 등에 대한 조사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고 "조사 과정에서 차명계좌는 제 것이라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는 차명 보유 사실을 뒤늦게 공개하는 이유에 대해 "40년 가까이 삼성그룹에 몸담아왔던 사람으로서 그룹에 속해 있을 때는 물론이고 그룹을 떠나서도 그룹과의 의리와 신의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 자위해 왔지만 이 모든 것이 제 불찰이며, 설사 법적인 책임이 없다손 치더라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특검이 4월20일경에 공식 발표가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특검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 차명계좌라는 것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 11명이 갖고 있다"면서 "특검 전에라도 도민에게 사실을 알리는 게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 위원장은 1993년 삼성그룹 비서실장에 이어 1996∼2001년 삼성물산(주) 총괄대표이사 부회장, 2000년 삼성의료재단 이사장, 2001∼2006년 삼성물산(주) 대표이사 회장, 2003∼2005년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경영원장 겸 부회장 등을 지내고 한나라당 제주도당 위원장을 맡아 왔다.

현 위원장은 이날 제주 지역의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도당위원장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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