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휩쓴 대구민심 "박근혜니까"

대구=조홍래 기자 2008.04.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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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불어닥친 박풍은 매서웠다. 덕분에 한나라당은 영원한 텃밭으로 여겨왔던 대구에서 고배를 마셨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대구의 12개 지역구 중 8개 지역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적지 않은 수지만 지난 16대·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모든 지역구를 싹쓸이했던 것에 비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한나라당이 차지하지 못한 나머지 4석의 주인공은 친박(친박근혜)계 후보들이다.
홍사덕(대구서구) 박종근(대구달서갑) 조원진(대구달서병) 친박연대 후보와 이해봉(대구달서병) 친박 무소속 후보가 모두 한나라당 후보를 제치고 등원에 성공했다.



친박이 휩쓴 대구민심 "박근혜니까"


한나라당은 대구 서구와 달서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도 내놓지 못하며 몰락했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전대표의 지역구인 달성군과 근접해있어 박근혜 후광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다.

주민들도 대구 서부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한 명도 당선되지 않자 놀라면서도 "그럴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어차피 같은 뿌리를 둔 사람들이니 박 전 대표를 등에 업은 후보가 유리했다는 이야기다.



성서공단에서 만난 이모씨(35)는 "대구 사람들이 이번 총선때 많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박 전 대표 근처 지역구에선 바람이 제대로 분 것 같다"고 전했다.

서구에 사는 박모씨(51)는 "이 지역은 원래 박근혜 정서가 강하다"며 "어차피 친박계나 한나라당이나 같은 사람들이니 박근혜가 뒤에 있는 친박 후보들을 찍은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달서구의 김모씨(34)는 "우리지역에서 조원진 친박연대 후보가 당선된 것은 좀 의외"라면서 "웬만하면 한나라당을 찍을텐데 박 전 대표를 보고 많이 밀어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구청 앞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45)도 "요즘 박근혜처럼 사랑받는 정치인이 어디있냐"고 말했다. 또 "박 전대표가 사랑받는 건 신의를 지키기 때문"이라며 "그 사람을 살리겠다는데 도와주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민들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은 한나라당 공천에 대한 불만으로 나타났다. 모두들 한결같이 공천 파동 때문에 한나라당이 대구에서 의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달서구의 김모씨(47)는 "대구 경북이 대주주라는데 그럼 공천을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 아니냐"며 "공천을 망쳐놓고 여기서 싹쓸이를 바라면 안된다"고 한나라당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김모씨(40)도 "박 전 대표 이름 단 사람들은 왠만하면 다 당선됐다. 공천이 틀렸다는 증거"라며 "지역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후보들의 무게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성서공단에서 일한다는 이모씨(44)는 "공천이 문제라고 생각이 드니까 한나라당이 이렇게 지지를 못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이면 그렇게 나서지 않아도 실세인지 안다"며 "공천 책임자라는 이재오(서울 은평을) 한나라당 후보가 떨어지는 것 보고 속이 다 후련했다"이라고 덧붙였다.

총선이 마무리되자 대구시민들의 관심은 앞으로의 국정 운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집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들이 대거 낙선하고, 친박계 인사들이 살아 돌아오면서 한나라당 내부 권력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친박연대 등 탈당파 당선자들의 복당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달서구의 최모씨(48)는 "이 대통령이랑 박 전대표가 너무 안맞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총선도 끝났으니 이제 서로 양보해서 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배모씨(22)도 "정치는 잘 모르지만 이 대통령 측근들이 박 전 대표를 내몰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배씨는 "한나라당이 경제를 살리자고 하면서 스스로 정쟁을 일삼고 있다"며 "그러다간 다음선거에선 정말로 실패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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