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의 첫 선택은 '멀티 플레이어'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2008.01.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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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결국 '한승수 카드'를 꺼냈다. 한달에 걸친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간 정치인, 대학총장, 행정가 등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이 당선인은 '멀티 플레이어'를 낙점했다. '한방'을 가진 '킬러' 대신 곳곳에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인물을 구했다는 얘기다.

이 당선인 측근은 "확실한 에이스가 아니라면 감독은 멀티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카드가 물 건너 간 상황에서 대안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의미로 들린다.



거론됐던 인사들의 경우 능력은 나무랄 데가 없지만 두루 쓰기에는 딱히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에비해 한승수 총리 내정자의 경우 모든 기준에 걸맞는다.

일 잘 하는 것은 기본이고 국회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 정치력도 이미 검증됐다. 경제부총리, 상공부장관 등을 거쳐 관료 사회 장악도 어렵지 않다. 특히 외교통상부장관, 주미 대사, 기후변약특별대사 등의 이력이 말해주듯 외교 감각도 남다르다.



'정치력+경제+능력+외교'를 합친 몇 안 되는 인물인 셈. 한 내정자의 제자들이 그에게 봉헌해 준 책의 제목도 '멀리플레이어 경제학자 한승수'다.

국정 운영에 있어 대통령 입장에선 총리를 축으로 다각도의 포메이션을 짤 수 있다. 이 당선인 한 측근도 "'경제 총리' '자원 외교 총리' '정치 총리' 등 모든 게 가능하다"고 했다.

아울러 한 내정자의 색깔이 강하지 않은 '강한 대통령, 강한 청와대'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다른 인사는 이를 '실용'으로 정의했다. 정치적 고려보다 철저히 일 중심으로 접근했다는 것. 한 내정자가 이 당선인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데다 호흡을 맞춰본 전력도 없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이 당선인이 '실용'을 사실상 '코드'의 반대 의미로 배치해 놓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인사 흐름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아울러 '불도저'로 불릴 만큼 추진력을 자랑함에도 인사에 있어서는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그만의 스타일이 거듭 확인됐다.



다만 '실용'에 지나치게 방점을 찍은 채 과거 '전력'을 뒤로 제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경숙 인수위원장에 이어 첫 총리 내정자가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출신인 게 대표적인 예다. 과거 인물이라는 점도 첫 인사의 신선함과 참신함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능력을 중시했다지만 인재 풀의 빈약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가뜩이나 총리실 권한이 축소된데다 이 당선인 등이 이미 내각 중심의 국정 운영을 천명한 상황이어서 한 내정자가 담당할 역할은 '백지'와 같다.

다만 이 당선인이 '자원 외교'를 강조했던 만큼 '내치 총리'보단 '세일즈 외교'쪽에 무게를 둘 것이란 관측이 높다. 하지만 이 경우 국내 갈등 조율 등에 있어 대통령이 직접 짐을 짊어져야 하는 만큼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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