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트로이트 모터쇼, 美 빅3 부활의 서곡

디트로이트(미국)=김용관 기자 2008.01.1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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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적 친환경 정책 통해 경쟁체제 구축

세계 최대의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GM)를 비롯 포드, 크라이슬러 등 소위 미국의 '빅 3'에게 2007년은 시련의 시기였다. 판매량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차' 경쟁에서도 한발짝 뒤쳐진 모습이었다.

실제 이같은 시련을 상징하듯 세계 5대 모터쇼 중의 하나인 '2008 북미 국제 오토쇼'가 열리지만 도시 어느 곳에서도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다. 미시간의 우울한 겨울 하늘빛을 닮은 도시는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이곳에서 과거 '미국 자동차의 본산'이라는 영광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모터쇼를 통해 미국 '빅3'의 재기를 위한 몸부림을 읽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유럽 및 일본의 대대적인 공세에 밀려 퇴조하던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통해 부활의 서곡을 울리고 있었다.

13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미국의 빅3는 일본의 하이브리드나 유럽의 클린 디젤과 전혀 새로운 방식의 친환경차를 통해 경쟁체제 구축을 선언했다.



높은 연비 효율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업체답게 '빅3'의 해법은 다분히 미국적이다. 우선 세계 1위 자동차업체라는 영광을 빼앗일 위기에 처한 GM은 에탄올을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 연료'를 생존 무기로 삼았다.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국가가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릭 왜고너 GM그룹 회장은 "세계 경제가 성장하면서 유가 급등은 일시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며 "바이오 연료인 에탄올을 보급하는 것은 고유가와 환경 문제에 동시에 대처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GM은 이번 모터쇼에서 에탄올 연료를 사용해 연비를 대폭 높인 차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 허버 HX↑ 허버 HX


한국 디자이너 강민영씨가 디자인한 컨셉트카 '허머 HX'는 620마력의 힘을 발휘하지만 가솔린과 에탄올을 각각 15대 85로 섞은 E85를 연료로 사용한다. 또 사브 브랜드로 출시된 '94X 바이오 파워' 컨셉트카 역시 E85 연료를 이용할 수 있게 개발됐다.



↑ 사브 9-4X↑ 사브 9-4X
밥 러츠 GM부회장 겸 제품개발 총책임자 역시 "최근에는 옥수수나 사탕수수 뿐만 아니라 폐기물에서도 에탄올을 추출할 수 있다"며 에탄올이 GM의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핵심 연료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실제 GM은 이번 모터쇼에서 바이오매스(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물이나 미생물, 동물 폐기물 등)를 에탄올로 전환하는 기술과 관련, 코스카타사(社)와 사업 제휴를 맺는 등 에타올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왜고너 회장은 "현재 미국내 GM, 포드, 크라이슬러 차량이 가솔린과 에탄올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플렉스 퓨얼' 시스템을 도입하면 2020년까지 전체 석유 사용량의 18%에 해당하는 290억 갤런의 가솔린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GM은 2008년에 전 세계에서 25개의 '플렉스 퓨얼'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는 연비 향상을 위한 엔진 기술 '에코 부스트(Eco Boost)'를 경쟁 무기로 내세웠다. 터보차저와 직분사 기술이 적용된 엔진을 통해 향후 5년간 매년 50만대씩 연비를 20%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포드 관계자는 "값비싼 하이브리드카나 디젤엔진과 비교할 때 에코 부스트는 성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연비는 높이고 배기가스 배출은 줄이는 가솔린 엔진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크라이슬러는 시장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파워트레인 개발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봅 나델리 크라이슬러 회장은 이번 모터쇼에서 "어떤 친환경 기술로 갈 지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 크라이슬러 에코보이저↑ 크라이슬러 에코보이저
이 같은 전략에 따라 크라이슬러가 선보인 친환경 차량은 3가지.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컨셉트카 '에코보이저'는 한번 충전으로 483㎞ 이상을 달릴 수 있으며 수증기 외에 어떤 공해 물질도 배출하지 않는다.



↑ 지프 레니게이드↑ 지프 레니게이드
또 2인승 컴팩트카인 '지프 레니게이드' 컨셉트카는 디젤 하이브리드카다. 리튬이온 배터리와 소배기량 블루텍 디젤엔진을 결합, 리터당 46.4㎞의 연비를 자랑한다. '닷지 제오'는 리튬 이온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 전용 동력 시스템(electric-only propulsion system)을 탑재, 한번 충전으로 402km를 주행할 수 있다.

↑ 닷지 제오↑ 닷지 제오


업계 관계자는 "지역적 특성에 맞게 다양한 방식의 친환경 차량이 개발되고 있다"며 "차량 크기 축소,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파워트레인 개발 등에 이어 새로운 연료원을 찾는 노력이 이번 모터쇼에서 눈길을 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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