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 "변실장 정도가 배후면 수없이 많아"

2007.09.12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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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공개 하루전 전화인터뷰

미국에 도피 중인 신정아씨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사표가 수리되기 전날인 9일 오전 평소 친분이 있던 본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통화는 자연스럽게 인터뷰로 이어졌다. 신씨는 "변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면 난 수도 없이 많다"며 "청와대 여비서관들과는 알고 지냈지만 청와대나 봉하마을(노 대통령 고향)에 그림을 넣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1시간30분을 넘긴 통화에서 신씨는 많은 부분에서 반박과 변명을 늘어놓았다. 변 실장과의 관계처럼 거짓으로 드러난 말도 서슴지 않았다. 다음은 통화 내용. ※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자 주.



-왜 잠적했나.

"(지난번 파리에서 귀국할 당시) 서울 가자마자 성곡미술관에 전시회를 인수인계해주러 들렀다. 그 밖에 당시는 누구를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보니 난 거짓말쟁이고 정신병자더라. 그런데 내가 봤을 때는 거기 사람들이 다 미쳤다. 내가 만약 도망 온 거라면 왜 뉴욕으로 왔겠느냐. 난 비굴하게 도망가지 않는다. 막말로 몇 사람 죽이고 도망 왔다고 해도 (언론이) 이건 아니다. 죽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런데 5만 번도 더 뚜껑 열려 억울해서 못 죽겠다."



-변양균 실장과의 관계는.

"난 변 실장 잘 모른다. 변 실장은 전시장에 몇 번 왔다 갔다. 그런데 (변 실장) 정도가 권력 배후면 난 수도 없이 많다. 성곡미술관 옆에 한정식 집 많지 않나. (고위직들이) 거기서 밥 먹고 미술관에 많이 들렀다. 국무조정실 사람들도 다 왔다 갔다. 미술관 오면 전시 설명해 준 적 많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왔다. 이해찬 전 총리도 아프리카 전시할 때 C(※시인이자 출판기획자로 일하다 퇴사한 뒤 전시기획자로 변신한 인물로, 2001년과 2004년 성곡미술관에서 아프리카 미술 전시를 했다)가 잘 아는 모양이더라. 전시 때 이해찬 전 총리가 왔다고 C랑 미술관 사람들이 난리쳐서 내려가서 봤다. 이 전 총리는 아마 내 얼굴 기억도 못할 거다."

-청와대 관련설까지 돈다.


"난 정치는 모른다. 청와대 여비서관들과 알고 지냈다. 청와대는 L여비서관(※본지 확인 결과 신씨가 언급한 L은 비서관이 아니라 5급 직원임)이 한번 구경오라고 해서 간 게 전부다. 청와대나 봉하마을에 그림 넣은 적 없다. 청와대에 있는 그림 한번 체크해 봐라. 내 취향 아니다. 난 노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 본 적도 없다. 평범한 35세 여교수가 무슨 청와대에 그림을 넣나."

-언론에 나오지 않은 루머를 어떻게 다 알고 있나.



"인터넷 댓글 보면 다 나온다."

-왜 그런 얘기 나온다고 생각하나.

"내가 싱글이고 여자인 게 문제다. 그러니까 누구랑 자서 성공했다고 한다. 남자면, 결혼했으면 이런 얘기 나왔겠느냐. 내가 얼마나 죽도록 일했나.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10년을 20년처럼 일했는데."



-돈은 어디서 나나.

(※잠시 침묵) 우리 "엄마가 보내주지."

-계좌추적 안 당하나.



"엄마가 자식한테 돈 보내는 것도 문제인가. 내 미국 계좌로 받는다. 나 부자다."

-신용불량자라는데.

"친척 빚 보증 잘못 선 것 밖에는 없다. 난 채무자도 아니고 그냥 보증인이다. 그리고 그 친척이 빚 꼬박꼬박 갚고 있어 그동안 자세한 내막도 모르고 있었다. 우리 집 돈 없다는데 사업하는 집은 그런 거 (겉으로 드러나게) 안 한다. 평소 내가 신용카드 안 쓰고 현찰만 썼다고 이상하다는데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카드는 빚'이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1960년대에 주유소 했으니 그때 현금이 얼마나 많았겠느냐. 또 나보고 월급 240만원 받고 어떻게 월세 200만원짜리 집에 살았느냐고 하는데 내 연봉만 미술관이랑 동국대 합쳐 1억원이 넘는다. 검찰이 우리 집 압수수색 했다는데 침대 밑도 봤나 모르겠다. 빳빳한 100만원짜리 신권이 가득 들어 있다(※100만원짜리 신권은 없지만 통화 당시 말 실수로 생각하고 되묻지 않았다).



-동국대 교수 임용과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선임 과정에 도움을 받았나.

"난 동국대에서 2005년 9월 1일 임명장을 받고 (학교 교수들이)언짢은 얘기를 한다기에 바로 다음날로 사표 냈던 사람이다. 외압이 있었으면 서울대 안 가고 동국대 갔겠나(※신씨는 평소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으로부터 초대 서울대 미술관장 제의를 받았고 본인이 가는 대신 C교수를 추천했다고 주장해 왔다). 광주는 나도 희생양이다. 광주에 가서 2시간이나 프레젠테이션했다. 그후 (이사들이)만장일치로 오케이했다. 왜 이제 와서 다른 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지내나.



"엄마하고도 잘 통화 못 한다. e-메일은 가끔 열어 본다. 이제는 검찰이 e-메일을 통째로 본다니 그것도 못 한다. 무슨 차에 무슨 옷, 별 얘기가 다 나온다. 내가 미국으로 출국할 때 입었던 티셔츠도 60유로 주고 산 거다. 상표도 몰랐다. 사흘 동안 갈아입지도 못 하고 입고 나갔는데 그걸 갖고도 난리다(※유명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의 영 브랜드인 MCQ로 네티즌 사이에 화제가 됐다). 내가 타고 다니던 BMW도 엄마가 올케 주려던 걸 2002년 7월부터 내가 썼다. 나보고 에르메스 여인(※유력인사들에게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를 선물로 줬다고 해서 언론이 붙인 별명)이라고? 나 에르메스 쓰는 거 한 번이라도 봤나. 여기서 밖에도 못 나간다. 중국식당에 한번 갔다가 사진 찍히고 난리났다. 해 나는 날은 선글라스라도 끼고 다닌다지만 흐린 날이나 밤에는 그렇게도 못 한다. 변호사 만나서 일하는 게 다다. 사람이 무섭다. 나도 (예일대 학위 관련)몰라서 여기 와서 사기당했다(※신씨는 본인이 사기를 친 게 아니라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내 돈 내가 쓰는 것도 잘못인가."

-예일대 학위와 관련해서 반론할 게 있느나.

"난 분명히 2005년 5월에 예일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0만 달러 들여서 변호사 2명과 사립 탐정 3명을 고용해 예일대 박사학위 논문을 도와준 가정교사를 찾고 있다. 화요일(11일)에 우리 집에서도 공식 변호사를 내세울 거다(※이날 신씨 가족은 아무 공식 반응이 없었다). 동국대에서 보낸 확인서를 받은 사람이 분명 예일대 내부에 있다(※동국대에선 신씨의 학력위조 문제가 불거지자 예일대에 확인서를 보냈다고 했다). 동국대서 확인서를 보냈고 예일대에서 받은 거 확인했으면 두 당사자가 해결할 문제다. 그런데 왜 나 갖고 난리인가. 학교(예일대)에 직접 가서 확인하고 싶은데 기자들이 진치고 있어 갈 수도 없었다. 미국 와서 처음 일주일은 피신해 있고, 두 주 뒤에 지낼 곳 찾고 그랬다. 논문이 취소된 건지 사기당한 건지 알아보고 있다."



-캔자스대도 안 나왔다는데.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것도 확인 중이다."

-뉴욕 전화번호는 있나.



"유선전화는 따로 없다. 콜링 카드로 건다."(※그러나 기자와의 통화 중 다른 전화벨 소리가 계속 울렸다)

-앞으로 어떻게 지낼 건가.

"나는 이제 완전 거지다. 이판사판, 잃을 게 없다. 내가 대통령이냐 장관이냐. 인생 이렇게 한 방에 갔다. 아무것도 못 먹고 처절하게 지낸다. 언론이 이렇게 뒤집어 놨는데 내가 앞으로 무슨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겠나. 이젠 내가 거짓말하지 않았다는 것만 밝히면 된다. 사실 나는 서울에 안 들어가면 그만이다. 나 못 잡아 간다. 그런데 사람 사는 게 그런 게 아니잖나. 사기까지 당했다고 하면 사실 더 창피할 수 있다. 학생 가르친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은 있다. 잘못한 거 있으면 사과하고 억울한 건 공식적으로 밝히겠다. (변호사와 사립 탐정)조사 결과가 좋으면 결과 들고 바로 한국에 들어가고, 원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더 남아 찾아 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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