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반전 신호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2007.09.10 09:56
글자크기

내년중반까지 원/달러 1000원 전망도

한국 기업과 투자자, 관광객들이 원화 강세에 힘입어 해외 지출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림에 따라 지난 3년간 이어온 원화 강세가 역전될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10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원화는 지난 2004년 이후 달러화에 비해 27% 강세를 나타냈다. 원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올들어 7월까지 한국인들의 해외 지출이 무려 88억달러에 달할 정도로 씀씀이가 커졌다.



지난 7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잉거솔란드의 건설장비부문을 49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 이는 한국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또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해외펀드 투자 규모는 배로 늘었다.

이렇듯 국내 외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JP모간체이스와 ABN암로는 원화 가치가 향후 1년간 6.5% 가량 떨어져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투자전략가인 드와이포 에반스는 "한국 정부가 자본의 해외 투자를 장려하고 있고, 투자자들도 이러한 시류에 편승해 적극적인 해외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정부는 원화 가치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떨어질 수 있음을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반영하듯 원/달러 환율은 최근 오름세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은 현재 938.1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에반스는 원/달러 환율이 올해 안으로 965원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대미 수출도 다시 증가세로 반전했다. 한국의 대미수출은 지난 7월에는 전년동기대비 24.7% 줄었다. 그러나 8월들어 20일동안 3.3% 증가했다.


해외여행·투자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상흑자가 29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안병찬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원화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들이 많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7월 여행수지적자는 전달 15억달러에서 15억5000만달러로 늘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에만 해외여행을 떠난 사람 수는 130만명에 달해 전월대비 22% 증가했다.

임지원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가 적자로 반전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한국 관광객들의 해외소비가 자금 이탈현상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관광에서 돌아오는 해외 여행객들의 손에는 해외에서 구입한 고급 명품들이 즐비하다. 그동안의 원화 강세로 해외쇼핑에서 느끼는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부도 개인들의 해외 투자 규제를 풀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정부는 개인들의 해외 투자 한도를 300만달러로 이전보다 3배 확대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해외 주택구입은 6억3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2배 증가했다.

나아가 한국정부는 향후 3년간 해외펀드에 대한 소득세 적용을 폐지했다. 해외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달 8일 기준 53조8000억원(574억달러)에 달해, 지난해말 20조원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미래에셋투신운용의 손동식 펀드매니저는 "지금은 해외 투자붐의 시작단계"라며 "개인투자자들도 중국, 인도 등 이머징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2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중간값(median)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중반까지 908원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JP모간, ABN암로는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10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이유로 기업들의 해외 투자 확대, 여행객 증가, 개인 투자 확대 등의 요인을 꼽았다.

기업들의 해외 투자도 급증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일 인도 정부로부터 오리사주 철강공장 설립에 관해 환경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120억달러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지 2년만이다. 호남석유화학도 지난 7월 26억달러를 들여 카타르에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석유공사도 올해 1조95000억원을 투자하고, 내년엔 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국가스공사도 오는 2011년까지 3000억원을 해외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ABN암로의 이코노미스트인 도미니크 드워 프레콧은 "원화 강세를 지지할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많은 한국기업들이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 그 예"라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