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보다 100배 얇은 '초박막렌즈'…카툭튀 사라지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21.01.01 20:00
기존 렌즈와 메타렌즈의 두께 비교 사진/사진=과기정통부
국내 연구진이 기존 굴절렌즈보다 1만 배 얇은 ‘초박막 렌즈’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 크기를 획기적으로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포항공과대 노준석 교수 연구팀, 고려대 이헌 교수 연구팀,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한승훈 마스터팀으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기존 굴절렌즈의 성능은 유지하되 두께는 기존 굴절렌즈보다 1만 배, 머리카락보다 100배 얇은 수준인 적외선 초박막렌즈를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기존 굴절렌즈는 크고 무거우며, 부피를 줄일수록 성능이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카메라는 이미지 왜곡을 줄이기 위해 8~9개의 굴절렌즈로 이뤄진 복합 렌즈를 사용한다. 복합 렌즈의 두께를 줄이기가 어렵기 때문에 스마트폰 뒤쪽에 카메라가 튀어나오는 소위 ‘카툭튀’ 문제가 발생한다.

또 DSLR 카메라에 사용되는 굴절렌즈의 경우 최소 500g에서 고성능 제품으로 갈수록 4kg을 넘어서기 때문에 얇고 가벼운 렌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나노복합재 기반 나노프린팅 공정 모식도 및 이를 통해 제작된 실리콘 나노복합재 메타렌즈(좌) 메타렌즈의 전자현미경 사진 (우) 1인치 렌즈튜브에 결합된 4 mm 메타렌즈의 모습/사진=과기정통부

연구진은 높은 성능을 가지면서도 부피는 작은 렌즈를 개발하기 위해 메타물질 기반 렌즈를 연구했다.

메타물질은 기존의 물질이 제공하지 못하는 음굴절, 초고굴절 등 다양한 광 특성을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초박막 평면렌즈, 고해상도 홀로그램, 투명망토와 같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광학기기 구현이 가능하다.

그러나 매타물질을 제작할 때 쓰던 전자빔 리소그래피 공정은 속도가 느리고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이를 통해 제작된 메타물질의 단가 역시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존 메타물질 연구는 실험실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메타물질 구현에 적합한 광특성을 가지고 자유자재로 성형이 가능한 나노복합재 기반의 새로운 나노성형소재를 만들고 한 번의 공정으로 성형할 수 있는 원스텝 프린팅 기술도 개발했다.

나노성형소재는 평소 액체상태로 존재하지만 빛을 받으면 딱딱한 플라스틱으로 굳는 성질을 가진 ‘감광응성 레진’에 나노입자를 섞어 제작했다.

이 경우 나노입자의 종류와 농도에 따라 나노성형소재의 광특성을 광범위하게 제어할 수 있어 메타물질 제작에 주로 사용돼 오던 기존의 소재를 대체할 수 있다. 소재 단가도 기존 소재에 비해 저렴해 경제성도 높다.
실리콘 나노복합재 메타렌즈를 통해 제작된 카메라 모듈 및 이를 통한 적외선 이미징 결과/사진=과기정통부

또 새로운 나노성형소재의 원스텝 프린팅 기술은 기존 전자빔 리소그래피에 비해 100배 이상 빠른 속도로 메타물질을 제작하며, 기존 공정 기술과는 호환이 어려운 곡면기판 및 유연기판 상에도 메타물질을 구현할 수 있어 최근 관심 받는 착용형 기기에 적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연구진은 실리콘 나노 복합재와 프린팅 기술을 바탕으로 머리카락 두께보다 100배 이상 얇은 1 마이크로미터 두께의 초박막 메타렌즈를 실제로 개발하고 응용 가능성도 검증했다.

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구현된 초박막 메타렌즈는 동일한 광학적 특성을 가진 기존의 적외선 굴절렌즈보다 1만 배 얇기 때문에 크고 무거운 굴절렌즈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적외선 내시경, CCTV, 야간투시경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ACS 나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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