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연기…中·日에 뒤진 우주개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2.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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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자료사진=항우연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자료사진=항우연


내년 2월로 예정됐던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발사 일정이 8개월 가량 연기됐다. 달 탐사 궤도선 발사 일정 연기에 이은 두 번째 계획 수정이다. 수조원이 드는 거대 우주 프로젝트의 잇단 차질로 한국 우주 과학기술계가 고개를 떨군 사이, 이웃 나라 중국·일본은 달·소행성·화성 정복 등 굵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발사 연기…中·日에 뒤진 우주개발
◇누리호 발사 8개월 연기=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제18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내년 2월과 10월 두 차례 예정된 누리호 발사 일정을 내년 10월과 2022년 5월로 각각 조정한다고 29일 밝혔다. 누리호는 지구 저궤도(600~800㎞)에 1.5톤(t)급 실용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로 국내 기술로 제작 중이다.



발사 일정을 연기한 데는 총 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의 최하단부인 1단부 조립이 예상보다 복잡했기 때문. 누리호는 75t 엔진 4기가 하나로 묶여(클러스터링) 300t급 추력을 내는 1단부, 75t 엔진 1기로 이뤄진 2단부, 7t 엔진 1기인 3단부로 구성됐다. 이중 1단부는 발사할 때 가장 큰 힘을 내는 핵심으로 이번에 처음 국내에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 이창윤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75톤 엔진 총 4기를 제한된 공간에서 조립해야 하는데, 1000여 개에 가까운 배관 연결 등 작업에 어려움이 있고, 조립 공정도 늘어 발사 일정을 늦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1단, 2단, 3단을 연결하는 발사체 단간 조립 기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전망된 데다 발사 전 비행모델에 -183℃의 산화제(액체산소)를 충전시켜 극저온 상태에서도 발사체가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WDR(Wet Dress Rehearsal) 작업이 개발 일정에 추가되면서 발사일을 불가피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말 정부는 내년 12월 예정됐던 달 탐사 궤도선 발사 일정을 2022년 7월로 19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달 궤도선은 박근혜 정부 시절 2017년 발사할 계획이었지만, 기술 진척이 여의치 않자 2018년으로 연기됐고,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 2020년 12월을 목표로 개발일정을 재조정했지만, 예상보다 목표 중량이 커지면서 19개월 더 늦춰 진행키로 결정됐다.
한국형발사체 개발 계획/자료=과기정통부한국형발사체 개발 계획/자료=과기정통부
◇잘 나가는 中·日=국내 발사체와 달 탐사 계획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달·소행성에 이어 화성까지 탐사 레이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중국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달 표본 캡슐을 실은 ‘창어5호’가 예정된 지점에 착륙하면서 달 탐사 프로젝트 임무를 완수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번째 달 표본 수집국이 됐고 2025년엔 달의 남극에 과학연구기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달 탐사를 넘어 화성 탐사에 대한 야심도 드러냈다. 지난 7월 발사된 ‘텐원1호’는 화성을 향해 쉼 없이 날아가고 있다.

일본은 소행성 ‘류구’에 무인탐사선 ‘하야부사 2’를 보내 흙과 암석 등 인류 첫 소행성 표본 확보에 성공했다. 이 때문에 소행성 관련 우주개발 기술력에선 미국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내친김에 달 탐사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내년에 독자적인 무인 달 착륙선인 ‘슬림’(SLIM)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탄소질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사진=JAXA.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탄소질 소행성 류구의 시료를 채취하고 있다/사진=JAXA.
◇韓 우주 개발 왜 순탄치 않나=중·일의 잇단 쾌거를 지켜보는 우리의 심사는 편치 않다. 발사실패·연기는 우주선진국들도 다반사겠지만, 우리나라가 순탄치 않은 이유는 내부에 구조적·고질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우선 대부분의 개발 과제가 연속성을 확보하지 못해 관련 기술력을 지닌 대기업들이 참여를 꺼린다. 관련 기업체 한 관계자는 “일회성 연구개발 과제로는 이익을 남기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우주 산업 육성을 염두에 둔 정부의 과감한 민간 이양 지원 정책과 중장기 사업 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발사체·위성 개발에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 국산화율이 제자리걸음 하면서 부품 납기 지연이 개발에 발목을 잡는 변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우주 선진국에 비해 투자 규모도 턱없이 적다. 지난해 국내 우주산업 규모는 3조8931억 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이밖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의 직원 폭행 문제로 불거진 출연연 내부 조직 갈등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주개발 성과를 치적으로 삼고자 한 정치적 셈법이 빚어낸 무리수 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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