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다로 흘러든 폐마스크 16억개…韓과학자 ‘자연 분해 마스크’ 만든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2.2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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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의 속풀이 과학]코로나만큼 심각한 ‘플라스틱 팬데믹’

홍콩 바다환경 보존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약 15억6000만개의 폐마스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사진=오션스아시아홍콩 바다환경 보존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약 15억6000만개의 폐마스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사진=오션스아시아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집콕‘이 일상이다. 이에 따라 배달음식 주문이 폭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도 덩달아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배달음식의 포장재만큼 마스크로도 골머리다. 미세플라스틱을 유발하는 새 주범이다. 마스크에 쓰이는 부직포는 플라스틱 재질인 폴리프로필렌(PP)을 쓴다. 귀에 거는 밴드, 코 부분을 고정해주는 와이어도 플라스틱과 다른 소재를 결합해 만든 것이다. 플라스틱이 잘게 부서지면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해 생태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먹이사슬을 통해 몸속에 흡수돼 장폐색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한때 플라스틱은 ‘신의 선물’로 여겨졌다. 1970년에서 1980년대 얘기다. 천연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화학공업이 있었다. 이를 통해 경제 몸집을 키웠다. 이런 성장은 우리에게 ‘플라스틱 풍류’를 가져왔지만, 오늘날 이 플라스틱은 ‘신의 저주’가 돼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고 있다.



◇어느 정도 심각한가=우리나라 플라스틱 문제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페트병,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 봉투 등을 연간 약 11.5kg 쓴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코로나19로 배달이 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량은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럽 플라스틱제조자협회 조사 자료(2017년 기준)를 보면 63개국 중 우리나라는 2위이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은 연간 1인당 약 420개로 핀란드의 100배다. 포장 폐기물 발생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미국 다음이다.

◇플랑크톤에서도 나타난 미세플라스틱=작은 해양 생물들의 주요 먹이이자 수중에 사는 수서생물인 ‘플랑크톤’, 가장 작은 극초미소플랑크톤은 0.2u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이하 정도의 크기며, 평균에 해당한 중형 플랑크톤은 200um~2cm 가량 된다. 이처럼 육안으로는 좀처럼 보기 힘들 정도의 플랑크톤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연구소 관계자는 “미세플라스틱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플랑크톤에서도 발견되고 있다”며 “인체 오염까지 걱정해야 할 단계”라고 진단했다. 해양과학기술원이 최근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낙동강을 통해 남해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연간 53톤(t)으로, 조각수가 1조2000억개에 달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의 조사자료를 보면 어느 정도 심각한지를 잘 알려준다. 경남 거제와 마산 일대 양식장과 근해에서 잡은 굴과 담치, 게, 갯지렁이 가운데 97%인 135개 개체 몸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왔다. 생태계 먹이사슬 밑바닥에서부터 광범위한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에 더해 홍콩 바다환경보존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올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 세계 약 15억6000만개의 폐마스크가 바다로 흘러 들어갔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 마스크가 분해되는 데 최대 450년이 걸린다. 이 과정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로 유입될 수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생분해성 비닐봉지.  땅속에서 100% 분해되며 많은 물건을 넣어도 찢어지지 않는다/사진=화학연한국화학연구원이 개발한 생분해성 비닐봉지. 땅속에서 100% 분해되며 많은 물건을 넣어도 찢어지지 않는다/사진=화학연
◇꿀벌해충 분해법·안 찢어지는 생분해성 비닐봉지 개발=플라스틱 공해를 줄이기 위해선 1차적으로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게 우선이나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때문에 EPR(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와 같은 다양한 환경 보전 정책을 만드는 노력과 함께 수개월 내에 완전히 분해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 등 플라스틱의 썩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는 기술을 신속히 개발할 환경 R&D(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과학기술계에선 효소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방법에 관심을 나타낸다. 류충민 생명연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세계 최초로 꿀벌해충 ‘꿀벌부채명나방’에서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3가지 효소를 찾았다”면서 “앞으로 미세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해 중국에선 식물명나방 애벌레에서 음식포장재(PE)를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했다. 일본에선 스티로폼을 먹고 사는 장내 미생물을 발견, 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땅속에서 100% 분해되는 친환경 비닐봉지를 개발했다.

화학연구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개발된 친환경 비닐봉지는 사탕수수·옥수수에서 추출한 자연 원료인 ‘바이오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인장강도(잡아당기는 힘을 견디는 힘)가 약해 사과 4~5개만 담아도 찢어질 정도로 약해 막상 생활현장에선 쓰이지 못했다.

연구진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목재펄프에서 셀룰로스, 게 껍데기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수준으로 가늘게 만든 뒤 바이오플라스틱에 첨가해 가로세로 30㎝ 크기의 친환경 비닐봉지를 제작했다. 이렇게 만든 새 비닐봉지의 인장강도는 65∼70㎫(메가파스칼) 정도로, 질긴 플라스틱의 대명사인 나일론과 유사한 수준이다.

화학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연구팀이 최근 이 기술을 마스크에 응용하는 연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내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친환경 인증마크가 박힌 자연 분해 마스크를 볼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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