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담비, "벌레처럼 붙어살아" 토로한 엄마 이해…운명 대물림 '울컥'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2024.09.05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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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손담비. /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가수 겸 배우 손담비. /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


가수 겸 배우 손담비의 어머니 이인숙 씨가 딸에게 대물림한 운명에 눈물을 쏟았다.

지난 4일 방송된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아빠하고 나하고'에서 손담비는 어머니 이인숙 씨와 함께 20년 넘게 산 서울 길동의 시장을 찾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손담비는 엄마 단골 미용실을 찾아 절친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손담비는 어머니의 절친이 엄마 생일이 언젠지 물었지만 정확하게 알지 못했고, 심지어 고향도 모르고 있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손담비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엄마에 대해서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다. 생일 모르는 건 남편한테도 혼나는 지점이다. 관심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건데 어렸을 때 엄마랑 말했던 기억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무서운 분위기였고 자연스럽게 '우리집은 말은 안 하는 분위기'가 됐다.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살아서 엄마에 대해 잘 모른다. 엄마의 감정이나 모든 것들을 들으려고 안 했다"고 털어놨다.

/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
손담비는 엄마가 젊었을 때 부티크 일을 한 것도 모른다며 "제가 기억했을 때는 주부였다. 엄마의 주부 생활만 안다"며 "부티크를 했다고?"라며 깜짝 놀랐다.

손담비 어머니는 명동에서 수입 의류 전문점을 운영했었다며 "20살 때부터 10년 가까이 일을 했다. 30살에 그만 뒀다. 결혼해서 일을 그만뒀다. 그 당시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아무것도 하면 안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가 59세에 아파서 돌아가시고 처녀 때 동생 셋을 공부시켜야 하니까 일했다. 동생들 다 고등학교까지 누가 보내겠나. 가장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고 보니 손담비 어머니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어머니와 세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돈을 벌었던 것. 손담비 역시 아픈 아빠를 대신해 스무살부터 가장 역할을 했다.



엄마의 이야기에 손담비는 "이게 무슨 데자뷔냐. 너무 슬프다"라며 울컥했다.

/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
손담비 어머니는 "두 살 터울 오빠가 있는데 오빠는 동생들 안 돌봤다. 엄마나 동생 셋을 부양해야 하지 않나. 그래서 일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처럼 가장의 짐을 짊어졌던 딸 손담비를 떠올리며 "지금 생각하면 '대물림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다"며 "늘 마음이 아프다. 그 말만하면 머리가 멍해진다. '왜 내가 딸에게 짐이 돼 살아야만 하나' 생각해보면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앞으로 10~20년 산다고 하면 어떻게 딸 짐을 덜어줄까 그게 제일 숙제다"라고 덧붙였다.

/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사진=TV조선 '아빠하고 나하고' 방송 화면
손담비는 "(엄마는) 가장의 어려움을 절대 모를 줄 알았다. 주부로 살면서 아버지 돈을 생활하셨다. 근데 가장의 삶을 알지 않나. 엄마가 가장이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내 딸이 가장을 하고 있으니까 억장이 무너지겠나. 그게 한처럼 되신 거다. 엄마처럼 '나처럼 되지 마라'라고 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손담비는 '생활비' 얘기에 발끈하는 엄마의 모습도 떠올렸다. 앞서 손담비 어머니는 딸 손담비에게 "엄마는 (네게 생활비 받을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자식한테 벌레처럼 붙어서 사나 싶다"고 토로한 바 있다.



손담비는 "엄마가 생활비 얘기만 하면 예민해져서 '그럴 얘기가 아닌데 왜 이렇게 화들짝이지?'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느꼈다. '내가 제일 하고싶지 않았던 행동을 내가 내 자식한테 하고 있구나'더라. 입장 바꿔 생각하면 나도 견디기 힘들 것 같다. 오늘 이 대화를 듣지 않았으면 풀리지 않았을 거다. 이제 엄마를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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