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이 신인 시절(29세)에 연출한 두 번째 장편 영화다. 한국에서는 극장 개봉을 하지 않고 1989년 ‘유령수업’이라는 제목으로 VHS 출시됐다. 영화는 뉴잉글랜드의 한적한 시골 마을 ‘윈터 리버’의 대저택을 배경으로 유령이 된 아담 부부와 이 집에 새로 이사 온 찰스 가족, 악령 비틀쥬스가 소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기괴하면서도 환상적인 사후세계 묘사는 ‘크리스마스의 악몽’(1995), ‘유령 신부‘(2005)로 이어지며 팀 버튼 세계관의 주요한 밑거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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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비틀쥬스’는 팀 버튼 세계관의 총집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틀쥬스’를 대표하는 다양한 유령들이 등장하는 사후세계 대기실과 모래벌레의 등장뿐 아니라 소년과 소녀의 만남,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는 설정, 뮤지컬과 애니메이션 연출까지 팀 버튼의 주특기로 채워져 있다. 팀 버튼 감독이 존경하는 감독이자 그의 작품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이탈리아 호러 거장 마리오 바바에 대한 언급이나 고딕 호러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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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버튼 사단과 넷플릭스 드라마 ’웬즈데이’ 제작진이 의기투합해 팀 버튼 세계관을 견고하게 만든 것도 특징이다. ’웬즈데이‘를 성공으로 이끈 알프레드 고프, 마일즈 밀라 콤비가 시나리오를 맡아 새로운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고, 팀 버튼 작품의 의상을 담당해 온 콜린 앳우드와 ‘웬즈데이’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크 스크러튼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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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오리지널 캐스트들의 존재감은 기대한 그대로다. 조니 뎁 이전에 ‘배트맨’ 시리즈에서 팀 버튼의 페르소나로 활약한 마이클 키튼은 자칭 ‘사후 세계의 중년’ 비틀쥬스 캐릭터를 신명 나게 연기한다. 비틀쥬스 특유의 짖궂은 유머와 과장된 몸짓 연기를 그만큼 환상적으로 소화할 배우가 앞으로도 없어 보인다. 유령 분장 덕분에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것도 장점으로 여겨진다. ‘비틀 쥬스’를 시작으로 ‘가위손’(1991) 등 팀 버튼 작품의 히로인에서 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기묘한 이야기’로 호러 여왕에 등극한 위노나 라이더의 다크한 매력도 변함없다. 전편에서 리디아의 새엄마이자 예술가로 등장한 캐서린 오하라의 아티스트 연기도 업그레이드됐다.
이번 속편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도 팀 버튼 월드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를 선보인다. ‘웬즈데이’의 주연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리디아의 딸로 출연해 팀 버튼의 새로운 헤로인이자 팀 버튼 패밀리의 인정받는 재원임을 입증한다. 중견 스타 모니카 벨루치와 윌렘 대포는 뒤늦게나마 팀 버튼 월드에 합류해 그로테스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든다. ‘배트맨 2’(1992)의 펭귄맨을 시작으로 ‘빅 피쉬’(2004) 등 팀 버튼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해온 대니 드 비토의 등장도 반갑다. ‘비틀쥬스 비틀쥬스’가 영화 데뷔작인 아서 콘티와 필립 케이츠는 각각 화제의 드라마 '하우스 오브 드래곤'(2024)와 '마스터스 오브 디 에어'(2024)에 출연한 신인배우들로 ‘뉴페이스’ 역할을 톡톡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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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쥬스 비틀쥬스’는 42년 동안 영화 세계를 꾸려온 팀 버튼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 팀 버튼의 상상력은 오랜 시간 동안 그의 상상력을 지지해온 배우들과 제작진들, 그리고 관객들이 함께 키워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혼자 꾸는 꿈은 그저 꿈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오노 요코의 말이 떠오른다. 팀 버튼의 상상력은 작품(현실)이 되고, 일상에 눌려 쪼그라든 우리의 상상력에 활기찬 자극을 준다. 팀 버튼 감독의 국내 최고 흥행작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2016) 271만 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214만 명을 넘어서는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팀 버튼 월드의 가세 확장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차기작 ‘웬즈데이 2’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