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새법 만들어 중동매체 '알자지라' 폐쇄…미국 "우려된다"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4.0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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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의회가 자국의 하마스 공격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을 폐쇄하기로 했다. /AFPBBNews=뉴스1이스라엘 의회가 자국의 하마스 공격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 방송을 폐쇄하기로 했다. /AFPBBNews=뉴스1


이스라엘 의회가 자국의 하마스 공격을 비판적으로 보도해온 중동 매체 '알자지라' 방송을 폐쇄하기로 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BBC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 의회 크네세트는 찬성 70표 대 반대 10표로 소위 '알자지라 법(Al Jazeera law)'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국가안보에 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법에 따라 해당 채널의 이스라엘 지국을 폐쇄할 수 있고, 홈페이지 접속을 차단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명령은 24시간 안에 실행돼야 한다. 명령은 45일 동안 적용되지만 추가로 45일 연장 가능하다.



탈장 수술을 받고 입원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곧바로 반응했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X(엑스·옛 트위터)'에서 알자지라를 '테러 채널'이라고 칭하며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에서 더 이상 방송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채널의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해 새 법에 따라 즉시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카타르에 본사를 둔 방송 매체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비판적으로 보도해 왔다. 카타르는 하마스 지도자 하니예의 본거지로도 알려진다. 이스라엘 고위 관리들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시작되기 전에도 알자지라가 반이스라엘 편향적이라고 비판해왔으며 전쟁 발발 이후에는 알자지라가 하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가자지구 공습으로 사망한 알자지라 기자가 테러 작전원이었다고도 했다. 2월에는 또 다른 공습으로 알자지라방송 기자가 부상하자 이스라엘 정부는 그를 하마스 대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알자지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알자지라 방송 직원들을 조직적으로 겨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알자지라는 성명을 통해 "네타냐후 총리가 새로운 거짓말과 선동적인 비방으로 알자지라 직원들을 지속적으로 공격하고 있다"며 "어떤 정당성도 찾을 수 없다. 전 세계 알자지라 직원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네타냐후에게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이 보도 범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알자지라는 금지령에 맞서 싸우기 위해 법적 수단을 모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백악관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사실이라면 이러한 움직임은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언론의 자유를 믿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기자들이 전 세계에서 하고 있는 매우 중요한 일을 지지하며, 이는 가자지구 분쟁을 보도하는 이들도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도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의 새로운 법은 언론이 자기 검열을 하도록 부추긴다"며 "국제 언론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BBC는 "가자지구에 외국 언론의 입국이 금지되면서 알자지라는 가자지구 현지에서 전쟁을 취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언론이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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