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벤처기업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을 이유로 민간주도 기술창업 지원 사업인 팁스(TIPs) 지원금을 감액하기로 해 논란이다. 특히 지난해 미지급된 R&D 지원금까지 감액 대상에 올랐다. 중기부는 지난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일부 R&D 지원금을 정해진 일자에 지급하지 않고 올해로 미뤘다. 기존 팁스 선정 기업에는 지원금을 줄이면서 올해 신규 팁스 예산은 확대하는 등 일관성 없는 정책에 업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팁스는 민간과 정부가 함께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다. 민간 팁스 운영사가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해 선투자하면, 중기부가 R&D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팁스에 선정된 기업은 2년간 최대 5억원의 R&D 자금을 지원받는다. A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팁스 R&D 자금이 지급되지 않아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며 "경영이 어려운 상황인데 20% 깎인 지원금이라도 제때 들어올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A씨는 "다양한 정부 지원사업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이 협약 변경에 불응하기는 쉽지 않다"며 "다들 눈치보느라 앞장서서 문제 제기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관성을 잃은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설명회에 참석한 스타트업 B씨는 "내년에도 예산이 깎이면 팁스 지원금을 또 줄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기업과 충분한 협의를 한다지만 사실상 협의가 아닌 강압이고 통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투자유치 중인 스타트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팁스 지원금을 전제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VC)도 있어서다. 한 VC 관계자는 "일부 VC는 팁스 지원금에 매칭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한다"며 "주기로 한 자금을 못 받으면 투자금이나 기업가치를 재조정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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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는 기존 팁스 선정 기업에 대한 지원금을 줄이면서 올해 신규 팁스 예산은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해 팁스 사업에는 일반형 807억원, 딥테크 394억원 등 총 1201억원을 지원한다. 지난해(859억원)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혁신기업을 위한 스케일업 팁스에도 지난해보다 35.4% 많은 386억원을 투입한다.
이에 대해 한 스타트업 대표는 "기존 선정 기업에 대한 지원은 삭감하면서 신규 팁스 선정 사업은 확대한다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며 "이런 식이라면 어떻게 정부 사업을 믿고 R&D 계획을 세울 수 있겠냐"며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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