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중단을 위한 경제단체 입장 발표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반원익 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영윤 대한전문건설협회 회장,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근로자가 사망할 만큼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다면 사업주가 주의 의무를 소홀하지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사업주는 수익보다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검찰은 중대법 사건의 91%에 대해 기소 처분을 내렸고 법원은 지금까지 선고한 12개 사건에 모두 형사 책임을 물었다. 사업주들 사이에서 "운이 없으면 패가망신"이란 볼멘소리도 나오는 배경이다.
만약 중소기업에 또 한번 2년 유예 기회를 부여한다면 실질적 안전강화 조치가 확보돼야 한다. 현장에선 중대법 자체가 사고 예방에 도움이 안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처벌의 강도와 범위를 넓히다 보니 사업주는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안전관리에 집착하고, 현장에선 안전관리 문서 등을 만드는데 매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와 국회는 2년 전 중대법이 시행됐을 때 로펌의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로펌들은 실질적인 근로자 안전장치 마련보다 사업주들이 당장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컨설팅했다. 상황은 이런데 컨설팅업체들은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을 앞두고 이미 정보력이 부족한 영세기업 사업주를 대상으로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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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법 2년 유예가 필요하지만 유예가 목적이어선 곤란하다. 대기업에 적용하면서 나타난 허점을 보완하는게 우선이다. 영세기업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중대법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해봐야 대기업처럼 재해만 늘어나면 무슨 소용인가. 50인 미만 사업장의 2년 유예는 영세기업에게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 뿐만 아니라 미완의 중대법을 정비할 기회가 돼야 한다.
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