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담배 유해물질 제출 정보/그래픽=김현정
전문가들이 담배의 유해성분 공개 범위를 논의할 때 한국의 실상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발표기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담배에는 약 6000여개의 화학성분이 있고, 이 중 90여종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본다. 이 중 국내의 담배의 유해성분 공개 범위는 2종의 함량을 표기하고 나머지 6종이 이름을 나열하는 게 전부다. 소비자단체 등 민간에서 끊임없이 담배 유해성 공개범위를 확대하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제한적인 규정 때문에 우리 정부의 유해 정보도 공개범위 수준에 그친다. 반면 해외에서는 대부분 국제표준화기구(ISO) 기준에 맞춰 100종에 가까운 담배의 물질 정보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담배에 첨가한 모든 성분 목록과 유해물질 93종의 함량을 측정해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독일,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대부분도 담배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의 양과 유해물질 배출량 등의 정보 제출이 의무다. 프랑스의 경우 첨가물의 첨가 목적까지 제출해야 한다. 가장 많은 성분의 시험법을 갖추고 있는 곳은 브라질이다. 담배 구성성분 163종을 비롯해 주요 배출물 49종, 부 배출물 47종 등이 검출되면 자료를 제출한다.
선진 담배 유해성 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캐내다의 담배 규제 현황/이미지=권경희 동국대 교수 발표자료
유해성분 정보의 대중 공개 여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은 담배회사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영국·캐나다·브라질 등은 대중이 오인할 수 있는 점을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다. 정부가 유해성분을 철저하게 관리한다는 소비자의 신뢰가 있어서다. 일례로 캐나다는 담배 개비마다 흡연 경고문을 넣을 정도로 규제가 강하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같은 유럽연합(EU)은 품목별로 온라인에 공개한다. 호주는 자발적 합의로 담배회사가 자사 웹사이트에 브랜드별 보고서를 공개한다.
학계에서는 국내의 담배 유해성분 제출 최종 목표를 '호프만 리스트 44'로 설정하되 당장 국제기구 기준부터 충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검사가 가능한 모든 유해성분을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장비, 인력, 비용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순차적 정보 제출·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선 규제 9종, 유해성분 38종 발표해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는데 주요국 중에 한국처럼 이를 밑도는 정보공개를 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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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희 동국대 약학과 교수는 '담배 유해성 관리제도의 현재와 미래 진단 포럼'에서 "그동안 담배 제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담배회사가 규제당국에 유해 성분을 제출하게 되면 (유해하지만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물질을 첨가하는 등의) 이상한 짓을 할 수 없게 된다"며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대의적 명분에 따라 정보공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