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개막한 '제55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아시아태평양체외순환학회(APELSO·에이펠소)의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이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이자 호주 크리티컬케어리서치그룹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흉부외과 의사 수가 급감하고 체외순환사가 정식 직종으로 인정되지 못해 혹한을 맞이한 것과 달리, 호주·미국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선 흉부외과 의사와 체외순환사 모두 '인기 직종'으로 꼽힌다.
2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추계 학술대회 현장에서 만난 존 F. 프레이저(사진 왼쪽) 아시아태평양체외순환학회장과 정재승(중환자실장)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한국과 호주의 흉부외과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정 교수는 "호주도 우리나라처럼 포괄수가제(DRG)를 운영하는데, 예컨대 관상동맥 우회술을 진행하면 국가에서 얼마의 수가를 지급한다"며 "그렇지만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그렇게 지급하는 돈이 우리보다 매우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일 열린 대한심장혈관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아시아태평양에크모학회(APELSO·에이펠소)의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이 에크모(인공 심폐기를 응용한 기계)를 이용해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반면 우리나라에선 전문의의 근무 시간 제한이 아예 없다. 레지던트가 없거나 레지던트 근무 제한 시간 이외의 시간까지 전문의가 충당해야 해 주 100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흉부외과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전공의 특별법에 따라 주 88시간을 넘겨선 안 되지만 실제로는 100시간이 넘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의 주 평균 근무 시간은 77.7시간으로, 과목별로는 흉부외과(102.1시간), 외과(90.6시간), 신경외과(90.0시간) 순으로 많았다.
수술장에서 흉부외과 의사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직종인 '체외순환사'에 대한 법적 보호망도 호주와 우리나라 간의 간극은 크다.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은 "호주에선 체외순환사가 당연히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직종"이라며 "주로 이공대생이 체외순환사가 되지만, 사립병원에선 의사가 담당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호주의 체외순환사는 국립병원에선 월급을 받고, 사립병원에선 자신이 일한 만큼 청구해 보상받는 시스템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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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에선 체외순환사가 흉부외과의 그림자처럼 숨어지내고 있다. 정부에서 정식 직종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이런 직종이 있는지조차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모르고 있다고. 실제로 지난달 25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체외순환사에 대해 들어봤는가"라고 묻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번 국감 때 이와 관련해서 질문할 것이라고 (머니투데이 기사를 통해) 접하면서 처음 들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존 F. 프레이저 학회장은 "심장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흉부외과는 선택 의료가 아니라 필수 의료"라며 "심장 질환이 전 세계 1위의 사망원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심장을 수술하는 집도의이든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이든 간호사든 흉부외과 영역은 필수 의료 중의 필수 의료"라며 "한국의 흉부외과가 어려움에 봉착해있다고 들었지만,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 좋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