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클럽서 '쾅!' 202명 숨졌다…발리 '폭탄 테러' 악몽의 그날[뉴스속오늘]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2023.10.1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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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2002년 10월12일 폭탄테러로 완전히 파괴된 발리섬 쿠타의 나이트 클럽 전경. /사진=뉴시스2002년 10월12일 폭탄테러로 완전히 파괴된 발리섬 쿠타의 나이트 클럽 전경. /사진=뉴시스


2002년 10월 12일. '파라다이스'라 불리던 인도네시아 발리 쿠타 해변의 한 클럽에서 큰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건물 벽이 무너지고 주변 차들까지 연쇄 폭발을 일으키며 일대가 아수라장이 됐다. 사상자가 400명이 넘었던 이 폭발은 단순 사고가 아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무장단체의 테러였다.

주말 밤 뒤흔든 폭음…순식간에 아수라장 된 휴양지
사건 당일 오후 11시 30분(현지 시각)쯤 발리에서 서핑 명소로 유명한 쿠타 해변의 외국인 전용 나이트클럽인 '사리클럽' 정문에 일제 미니밴 한 대가 갑자기 돌진해 왔다. 충돌했던 차는 잠시 후 폭발했고 몇초 뒤 훨씬 강력한 폭음이 지축을 흔들었다.



토요일 밤을 만끽하며 춤추던 500여명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던 무대는 피바다를 이뤘고, 중화상을 입은 부상자들은 출구를 찾느라 우왕좌왕하다 연기에 질식해 숨져갔다.

당시 폭발은 클럽 건물을 형체도 없이 날려버렸고 주변 건물 10여동도 붕괴할 만큼 강력했다. 놀란 인근 주민 수백명이 클럽으로 몰려왔지만 불길이 거세 접근할 엄두를 못 냈다. 불길은 3시간 만에 잡혔지만 클럽 앞 도로에는 아침까지 피가 계속 흘러 도랑을 이뤘다.



폭발 후 3일간 현장에서 희생자를 찾아냈고 총 20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중 호주인이 88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도 2명 포함돼 있었다.

이슬람 무장단체 소행…이유는 불분명
테러 피해자 이름이 새겨진 위령비 /사진=BBC 갈무리테러 피해자 이름이 새겨진 위령비 /사진=BBC 갈무리
폭탄 테러가 벌어지던 날 밤 덴파사르 소재 미국 총영사관 100m 앞에서 차량에 탑승한 괴한들이 사제폭탄을 투척했다. 또 북술라웨시에 있는 필리핀 총영사관 앞에서도 당일 오후 6시 50분쯤 폭발물이 터져 철제 정문이 무너졌다.

인도네시아 경찰은 차량이 클럽을 향해 의도적으로 돌진한 점과 외국인과 해외공관을 겨냥한 폭발 사고가 하루 동안 3건 연속 발생한 점으로 미뤄 테러로 판단했고 실제 이슬람 무장 단체 소행으로 밝혀졌다.


대규모 사상자를 낸 테러범은 이슬람 원리주의 테러 조직 '제마 이슬라미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었다. 테러범 중 한 명이 사건 발생 약 한 달 뒤인 그해 11월 5일 자바섬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웃는 모습으로 붙잡혔으며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테러할 때 황홀했다"고 말해 또 한 번 세간을 놀라게 했다. 몇 주 후 테러 주범을 비롯한 나머지 공범들도 체포됐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사건이 미국을 겨냥한 테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연방수사국(FBI) 조사팀을 현지에 급파하기도 했지만 이들의 목적 등 실체는 밝혀지지 않았다.

결국 테러범 중 3명이 처형되고 나머지는 20년형·종신형 등을 선고받고 사건은 마무리됐다.

테러가 발생한 곳에는 희생자 이름을 새긴 위령비가 세워졌고 사건이 발생한 매년 10월 12일에 위령제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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