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택지 '벌떼 입찰' 개발이익도 환수한다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2.08.3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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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토지 환수' 방안 법률 자문 중… 특별점검 결과 촉각, '1사 1필지' 입찰 제한도 검토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정의당 주최로 열린 3기 신도시 민간분양 반대, 100% 공공주택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100% 공공주택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5.3/뉴스1  (서울=뉴스1) 이동해 기자 = 지난해 5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정의당 주최로 열린 3기 신도시 민간분양 반대, 100% 공공주택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100% 공공주택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1.5.3/뉴스1


'벌떼 입찰'로 낙찰받은 공공택지 환수 방침을 밝힌 국토교통부가 이미 개발이 진행된 택지에 대해선 개발이익 환수를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벌떼입찰 근절 의지가 강력하다는 의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부터 지자체, LH와 합동으로 최근 3년(2019~2021년) 간 공공택지 당첨업체 101곳을 점검, 그 중 90개 업체의 벌떼 입찰 현황을 특별히 점검해왔다. 점검 결과에 따라 이미 낙찰 받은 토지를 환수하는 초유의 조치도 예상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31일 "부당하게 낙찰받은 토지를 환수하는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며 "토지를 직접 환수할 수 없다면 해당 토지에서 발생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방안도 법률 자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벌떼 입찰이란, 공공택지 입찰에 중견건설사들이 페이퍼컴퍼니를 비롯해 계열사들을 무더기로 참여시켜 낙찰 확률을 높이는 편법을 말한다.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 등 중견 건설사들은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에 밀려 도급시장에서 열세를 보였으나 공공택지를 이처럼 편법으로 낙찰받아 자체 시행함으로써 사세를 불려왔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7~2021년 추첨으로 공급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택지 178필지 중 호반·대방·중흥·우미·제일 등 5개사가 낙찰받은 비중이 38%(67필지)다. 이들 5개 건설업체가 가진 계열사 수는 총 186개에 이른다.

공공택지 '벌떼 입찰' 개발이익도 환수한다
벌떼 입찰이 논란이 되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공정경쟁을 저해하는 편법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2020년 7월 계열사 간 공공택지 전매를 금지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 3년간 입찰을 제한하는 등 제재를 부과했다. 이후 선정방식을 추첨에서 경쟁, 평가 중심으로 바꾸고 입찰참가자격도 강화했다. 올해 1월에는 택지공급 시 동일 IP당 1회만 참가하도록 청약시스템을 바꿨고 4월에는 부당 당첨 시 계약을 해제하는 근거도 마련했다.

2020년부터 벌떼입찰 금지 조치가 시행됐지만 이들 5개사는 최근 3년 간의 공급택지 120필지 중 48필지를 낙찰받았다. 2019년 22필지(44%)를 정점으로 2020년 20필지(41%), 2021년 6필지(27%)로 해마다 줄었으나 관행 자체를 뿌리 뽑진 못했다. 실제 계열사 간 공공택지 전매 차단 조치(2020년 7월)가 도입된 후에도 대방건설은 지난해 3필지를 낙찰 받아 전년보다 낙찰받은 필지가 오히려 늘었다. 우미와 제일도 지난해 각각 1필지, 2필지를 받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근본적인 제도 마련과 함께 벌떼 입찰로 받은 택지는 환수하는 방안까지 강구하겠다"고 강경 발언을 한 배경이다.

국토교통부는 '1사 1필지' 원칙을 포함해 제도 개선 방안도 다각적으로 들여다보겠단 방침이다. 1사 1필지로 입찰 조건을 강화하면 단순히 페이퍼컴퍼니 뿐 아니라 공정거래법상 계열사로 분류되는 모든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의 경우 대우가 특정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하면 중흥은 입찰에 들어올 수 없게 되는 식이다.



해당 중견 건설사들은 국토부의 '토지 환수' 검토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벌떼 입찰은 불법이 아니라 편법으로 이뤄져왔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를 손봐야지 과거 낙찰받은 토지를 환수하는 것은 소급 적용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임원은 "이미 정부가 관련 입찰 자격을 강화해 진입 허들을 높인데다 분양시장 침체로 입찰 경쟁률도 전 같지 않다"며 "과거 주택시장 침체기에 대기업이 외면한 지방 택지에 미분양 위험을 감수하고 주택을 공급한 건 지방 중견업체들"라고 반박했다.

반면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판교 위례 광교 등 2기 신도시에 대형건설사가 진입하지 못한 이유가 중견건설사들의 벌떼 입찰에 있다"며 "원 장관이 토지 환수까지 언급한 것은 향후 3기 신도시만큼은 택지 입찰을 공정하게 진행하겠단 의지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공공택지는 2012~2015년 주택시장 침체기에 투기과열지구가 전면 해제되면서 모든 주택건설사업자로 청약자격이 완화됐다. 그러다 2016년 다시 주택건설실적(3년간 300세대 이상)과 시공능력이 청약 자격에 추가되자 중견건설사들은 건설실적을 계열사별로 분산해 청약조건을 맞춘 계열사 수를 늘리는 식으로 허들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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