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가 만드는 326조 시장···SK어스온 역발상 성장전략 시동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3.28 05:03
글자크기
SK어스온이 CCS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한국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사진=머니투데이DBSK어스온이 CCS 사업의 일환으로 참여한 한국석유공사의 동해가스전. /사진=머니투데이DB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품은 지 40년. 탐사정신으로 중무장한 SK어스온이 또 다른 혁신을 향해 나간다. 34개국 100여개 석유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활용해 탄소 주범에서 탄소 해결사로 거듭나겠다는 역발상이다. 특히 그린 트렌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친환경 전환) 준비 과정의 첫 출발로 CCS(탄소포집저장) 사업을 선정, 최대 300조원이 넘는 시장을 노린다.

SK어스온은 지난해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 뒤 CCS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내부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전략을 추진 중이다. 2030년까지 국내 1위 민간 CCS 사업자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다.



SK어스온은 고(故) 최종현 SK 선대회장이 석유파동을 거친 뒤 자체적으로 자원을 확보치 않으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된다고 판단해 1982년 설치한 SK이노베이션 내 자원기획실이 모태다. 에너지 안보의 핵심조직인 셈이다.

SK어스온은 1984년 북예멘 마리브 광구에서 유징(원유 존재 징후)을 발견하고 당시 최단기간인 40개월만에 원유 생산에 성공했다. 사업 특성상 10~20년 노력해야 결실을 거둘수 있는 대규모 투자 산업이지만 최 선대회장이 "실패하더라도 참여한 직원을 문책해선 안 된다"며 뚝심으로 사업을 육성했다. SK어스온은 그 결과 2018년 말 기준 5억1000만 환산배럴의 원유를 확보했다.



SK어스온이 그린 트렌스포메이션에 나서는 것은 탈탄소라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춘 변신이다. 2030년까지 국내에서 연간 200만톤 규모 이산화탄소 저장소를 확보하는 한편 해외 저장소 탐사·확보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최태원 SK 회장이 던진 '파이낸셜 스토리' 실행 계획과도 맞아떨어진다. 넷제로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하고 이해관계자간 행복을 추구하겠다는 얘기다.

1988년 1월, 북예멘 마리브에서 생산한 원유를 싣고 입항하는 Y위너호/사진=머니투데이DB1988년 1월, 북예멘 마리브에서 생산한 원유를 싣고 입항하는 Y위너호/사진=머니투데이DB
기존 석유개발사업에서도 다양한 기술과 설비를 통해 이산화탄소 최소화 운영권자의 성공 사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CCS는 석유개발사업과 핵심 기술이 거의 같다는 점에서 SK어스온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오랜 기간 축적해온 지질학적 평가 기술과 설비 운영 역량은 이산화탄소 저장소에 적합한 유망지역을 선별하고 이산화탄소 저장 용량을 평가하는 한편, 탄소를 주입·운영하고 누출 위험을 예방하는 기술과 일맥상통한다.


SK어스온은 현재 국내 동해·서해에서 저장소 후보지를 확보하는 데 뛰어든 데 이어 빠른 시일 안에 호주,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CCS 사업기회를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는 자원이나 법제도 측면에서 CCS 선두국가 중 한 곳으로 평가받는 만큼 호주에서 사업기회를 확보한다면 기업 성장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CCS 시장 규모는 2020년 41억달러에서 2026년 94억달러(11조5000억원)로 연평균 15.7% 성장할 전망이다. 각국에서 넷제로 노력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면 각국의 사업이 가시화하는 2030년 이후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질 전망이다.



탄소포집저장에 탄소활용까지 더한 CCUS 시장 규모는 더 크다. 국제에너지지구(IEA)의 '세계 에너지 시장 전망(2019)'에 떠르면 2050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370억톤, 저감 목표량은 270억톤이다. 이 중 9%에 해당하는 26억1000만톤이 CCUS를 통해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톤당 탄소배출권 가격이 12만5000원이라고 가정하면 CCUS 시장 규모가 32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