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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교수님은 이 사실을 모르는듯 했다. 어떤 때는 PPT 화면만 띄웠다. 입모양을 봐야할 교수님이 사라졌다. 또 다른 때는 PPT 화면이 크게, 교수님 얼굴이 작게 보였다. 이 역시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다른 날엔, 교수님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수업이 다 끝났어도, 누군가에겐 여전히 끝난 게 아녔다. 그를 위한 수어통역도, 속기지원도 없었다.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아녔다.
이것, 저것, 사진,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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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게는 온라인 수업과 병행되는 채팅도 곤혹스럽다. 송경은 학생(가명) 얘기다. 교수님이 채팅으로 이야기하면 채팅창을 찾아가 읽어야하는데, 실시간으로 진행되다보니 쉽지 않다. 교수님이 말하고, 학생들이 채팅으로 메시지를 남기고, 여러 개를 동시에 병행하려 하면 정신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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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못 들으니 죽고 싶다. 소리를 못 들어 반 강제로 독학한다. 내 등록금이 좋아서,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른다."
그런 대학과, 그렇지 못한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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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음복지관이 마련한 청각장애학생들간의 대화에선 이 같은 편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김하정씨(연세대 아동가족학과) : "실시간 줌 강의를, 속기사가 어플로 속기해줘. 녹화 강의는 속기사가 미리 다 듣고 구글 드라이브에 올려주고."
한채정씨(경희대 행정학과): "부럽다. 난 대필 도우미(학생) 도움을 받거든. 그래서 바로 받아보기 어려워. 당일 주는 게 원칙이지만, 다음날이나 다다음날 주거나 심한 사람은 일주일 걸리기도 해."
각 학교에 마련된 장애학생지원센터도 마찬가지. 직원 1명당 담당하는 중증 장애 학생 비율이 다르단다. 최범준 한양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차장은 "상위 5개교는 중증 장애 학생 25명을 직원 1명이 맡고, 하위 5개교는 학생 5.4명을 맡는다"고 했다. 어느 학교에 입학하느냐에 따라, 장애 학생이 지원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디에서도 제대로 교육 받기 위한, '매뉴얼'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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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를 가진 학생이 있다면, 예컨대 이런 수업 매뉴얼이 필요하다.
교수는 수업 진행과 동시에 채팅창을 활용하지 않고, 채팅창만 단독으로 쓴다. 모든 수업 참여자는 채팅창에서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는다. 시각장애 학생이 수업에 있는 경우 모든 수업 참여자는 꼭 채팅창에서 진행해야 할 대화, 질문, 토론이 아니라면 구두로 한다.
수업에 임하는 교수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단 주문도 나왔다.
손지영 대전대학교 교수는 해당 포럼에서 "예전에는 학생들을 동질적인 걸로 봤다면, 지금은 장애 학생, 외국인 학생까지 정말 다양한 요구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교수들은 이 다양한 요구를 내 수업에서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게 교수의 책무성이자 역량"이라고 했다. 이어 "장애학생들은 이 기본적인 권리를 당연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하고, 교수와 학생들은 정말 우리 책임이라 생각하고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장애학생도우미, 10명 중 6명은 "뭔지 모르겠다"…지원 절실
/그래픽=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장애학생 도우미는,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함께 수업을 잘 들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강의 내용 필기를 해서 전달하거나, 학교 내 이동을 할 때 돕는 등의 역할을 한다. 같은 수업을 꼭 듣지 않아도 공강 시간이 맞으면 지원할 수 있다. 근로장학금과 봉사 시간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가 있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여전히 많은 걸로 조사됐다. 기자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이 대학생 46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2%가 "장애학생 도우미 제도를 모른다"고 답했다. 참여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7.9%가 "없다"고 했다.
그러니 매 학기 도우미 모집에 허덕인다. 추가 모집을 계속해야 한다. 이에 학교도 시급을 올리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최범준 한양대 장애학생지원센터 차장은 "이번에 시급 9000원에 더해, 국가근로장학금 50%를 추가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그래도 3분의 1 정도만 모집했다. 혜택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원활히 되고 있지 않다"고 했다. 2학기는 9월 1일부터 수업을 시작하지만, 9월 말까진 모집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많아지며 도우미 지원이 더욱 절실한 상황. 장애학생 도우미를 하려면, 각 대학교 장애학습지원센터에서 지원하면 된다.
한양대학교 장애학생지원센터가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 장애학생들의 수업에 큰 도움이 되지만, 늘 도우미 모집이 쉽지 않아 허덕인다./사진=독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