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잡고 축포 쐈다 中에 뒷덜미…30년만에 뒤집힌 국가경쟁력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8.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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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잡고 축포 쐈다 中에 뒷덜미…30년만에 뒤집힌 국가경쟁력


한국이 30여년만에 주요 경제지표에서 일본을 넘어서는 데 성공했지만 중국에는 추월을 허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한중수교(1992년 8월24일) 29주년을 앞두고 한중 경제·경쟁력 격차 변화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22일 전경련에 따르면 스위스 소재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거시경제와 정부·기업 효율성, 보건환경·교육 인프라 등을 분석해 국가경쟁력을 종합 평가하는 IMD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올해 평가 대상 64개국 가운데 23위, 중국이 16위에 올랐다. 1994년 한국 32위, 중국 34위였던 순위가 한세대만에 따라잡혔다.



한국은 2002년(29위)에도 중국(28위)에 추월당했다가 2012년 22위로 올라서면서 중국(23위)을 제쳤지만 최근 중국의 급성장에 다시 아시아 맹주 자리를 내줬다. 1995년 4위였던 일본이 '잃어버린 30년' 여파로 올해 31위로 밀려난 사이 일본을 넘어서는 데는 성공했지만 중국에 뒷덜미를 잡힌 셈이다.

☞ 8월12일 보도 '넘사벽인 줄 알았던 日, 30년만에 국가경쟁력·신용도 다 제쳤다' 참조



UN산업개발기구(UNIDO)가 각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해 순위를 매기는 CIP 지수(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도 중국에 선두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한국 17위, 중국 32위에서 2006년까지만 해도 한국 5위, 중국 14위로 앞섰지만 2014년 한국 4위, 중국 3위 이후 2018년에도 한국 3위, 중국 2위를 기록했다.

日 잡고 축포 쐈다 中에 뒷덜미…30년만에 뒤집힌 국가경쟁력
중국의 성장세는 거시경제지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명목 GDP(국내총생산)의 경우 한국은 1992년 3560억달러에서 2020년 1조6310억달러로 4.6배 늘어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920억달러에서 14조7230억달러로 29.9배 늘었다. 한중간 명목 GDP 격차가 28년만에 1.4배에서 9.0배로 벌어졌다.

명목 1인당 GDP는 한국이 1992년 8126달러에서 2020년 3만1497달러로 3.9배 늘어나는 동안 중국은 420달어에서 1만484달러로 25.0배 늘었다.


중국의 교역, 투자성장률도 한국을 크게 웃돈다. 한국의 수출액이 1992년 770억달러에서 2020년 5130억달러로 6.7배 성장하는 동안 중국의 수출액은 860억달러에서 5조5980억달러로 65.1배 성장했다.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 규모는 1992년만 해도 한국(1600억달러)과 중국(1680억달러)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2020년에는 한국의 교역액이 9810억달러인 반면, 중국은 7조6580억달러로 한국의 7.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직접투자 격차도 크게 벌어졌다. 한국의 외국인직접투자는 1992년 10억200만 달러에서 2020년 92억2400만달러로 9.2배 증가한 반면, 중국은 110억800만달러에서 1493억2400만달러로 13.6배 증가했다. 해외직접투자 규모도 한국은 같은 기간 23.6배 증가한 반면, 중국은 33.2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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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기업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가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점도 뼈아픈 지점이다.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수는 1995년만 해도 한국이 8개사로 중국(홍콩을 포함해 3개사)을 앞섰지만 올해는 한국이 15개사로 중국(135개)에 크게 뒤졌다. 글로벌 R&D(연구개발) 1000대 투자 기업 수에서도 한국이 2006년 19개사에서 2019년 25개사로 1.3배 늘어나는 데 그친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4개사에서 168개사로 급증하면서 따라잡혔다.

세계 수출시장에서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1993년 한국이 96개, 중국이 322개에서 2019년 한국이 69개, 중국이 1759개로 한국은 1위 품목수가 줄어든 반면 중국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신용등급은 여전히 한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지만 격차가 줄어든 상황이다. S&P(스탠다드앤푸어스)의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1992년 'A+'에서 올해 'AA'로 2단계 올렸고 같은 기간 중국은 'BBB'에서 'A+'로 4단계 올렸다. 무디스는 이 기간 한국의 신용등급을 'A1'에서 'Aa2'로 2단계, 중국은 'Baa1'에서 'A1'로 3단계 올렸다.



중국경제가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1970년대말 대외개방이 꼽힌다. 특히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중 격차가 사라졌거나 대부분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도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최근 규제 혁신이나 신사업 발굴 등에서 다소 안이한 면모를 노출했다는 지적이다. 재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자칫하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중국의 급성장을 반면교사로 중국과의 경제교류 확대와 동남아 등 신흥시장 진출을 통한 지속성장에 힘써야 한다"며 "혁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 개선, 노동시장 구조개혁, 4차 산업혁명 분야 적극 진출 등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잠재성장률 제고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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