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의 해당 부서 관계자에 따르면 직원들의 회의감도 확산되고 있다.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A연구소 관계자는 "출연연은 태생적으로 공공이고, 과제를 따오는데 치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보니 기술이전이나 창업 등 소위 돈 버는 일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면서 "특히 여기(TLO) 인력들은 전문가보다는 원내 행정·지원인력들로 채워질 때가 많은 데다 사이드부서라는 인식이 강해 원내 평가가 좋지 못할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단기 부양 전략이 아닌 중장기적인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따른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업협력실 윤기동 책임기술원은 "해외에선 IP(지적재산) 라이센싱, 창업지원, 기업성장, 투자유치 등을 별도 지원하기 위한 전문조직인 TTO(Technology Transfer Office)를 두고 창업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공공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산·학·연의 자생적인 협력과 시장중심의 기술 인큐베이션 시스템화, 비즈니스 기회 발굴, 기술융합 및 기술기반 창업을 촉진하는 TTO와 같은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방안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해외 기술 선진국 사례를 보면 먼저 원자력, 우주항공 등 대형연구분야 18개 연구소로 이뤄진 독일 최대 연구협회 헬름홀츠는 각 연구소별 특성·규모·필요에 따라 TTO를 내부조직으로 두거나 외부 위탁형 TTO, 센터통합형 TTO 등으로 각각 운영토록 하고 있다. 여기서 하에테크 기술의 스핀오프(Spin-Off) 관련 강의 등 기술 창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데이'를 진행하며, 밸류에이션·이노베이션 전용펀드를 통해 신기술을 응용 가능한 제품·서비스로 구현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의 기술 사업화 담당 부서 '예다'(YEDA R&D)는 기술 사업화로 지금껏 거둬들인 매출만 누적 기준 280억 달러(약 32조 원)에 이른다. 예다가 출자한 아이텍(ITEK)은 새로운 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연구원 등에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외 공공연구소가 이 같은 활동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기술 기반 혁신창업은 짧은 사업 기간 중에도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고성장의 잠재력이 높은 데다 일자리 창출 효과도 높기 때문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정부가 투자 확대로 2차 벤처붐 열기를 이어가겠다고 하지만 냉정히 말해 창업은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더 크다는 게 정설이다. 이미 1차에서 '닷컴 버블'이라는 실패의 '쓴 맛'을 봤던 터라 더 면밀한 지원책 수립과 운영의 묘가 발휘돼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내 스타트업에 전문적·체계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TTO 설립을 이제 우리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별도의 전문화된 전담조직을 갖추고 벤처캐피털(VC), 액셀러레이터 등을 직접 출자하고 설립·운영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조직'으로 앞서 TLO와는 차별화 돼야 한다는 조건으로 말이다. TTO는 장기적 소통으로 산업계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연구소 R&D 과제로 연결해 '기술 개발·상용화 선순환 구조'를 자연스럽게 구축하는 이점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