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지'로 변신하는 상아탑…'혁신·재정' 두마리 토끼 잡는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5.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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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밸리]카이스트 기술지회회사, 서울대 창업대학원 등 설립 추진...학령인구 감소, 청년 실업난 등 해결 모색



'창업기지'로 변신하는 상아탑…'혁신·재정' 두마리 토끼 잡는다


'창업기지'로 변신하는 상아탑…'혁신·재정' 두마리 토끼 잡는다
카이스트,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학내창업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한편 청년 실업난은 갈수록 심각해지자 대안으로 연구성과의 기술사업화 등 학내창업 활성화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5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핵심 R&D(연구개발) 성과와 지식재산(IP)을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교내 기술창업 기업에 재투자하는 기술지주회사인 '카이스트홀딩스' 설립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카이스트 기술가치창출원은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기술이전·사업화 담당자, 민간 벤처캐피털(VC)·액셀러레이터에 속한 외부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하는 한편, 향후 필요인력 확보를 위한 물밑 접촉도 시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카이스트 기술가치창출원(산학협력단) 측은 "카이스트홀딩스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으며, 실행 여부에 가닥이 잡히면 위원회를 수립하는 등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를 비롯해 1세대 벤처 창업가를 여럿 배출해 '벤처 창업 대부'라고 불리는 이광형 카이스트 17대 총장은 앞으로의 경영 목표로 '창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3월 취임식에서 "연구소 한 곳당 한 개의 벤처기업을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울대는 종합 창업 교육기관인 창업대학원 설립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졸업 이수 조건은 논문이 아니라 '창업'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서울대는 학과별 창업 기능 강화에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BSK인베스트먼트,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 서울대학교기술지주, 인라이트벤처스, 카이스트청년창업투자지주 등 5개 투자기관과 함께 이달 3일 합동 협약식을 갖고, 서울대 공대 우수 기술 스타트업의 자금투자, 멘토링·컨설팅을 지원키로 했다. 서울대 의대는 앞서 2019년 의사가 바이오·헬스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지원할 수 있도록 창업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연세대는 올해 창업 관련 '마이크로전공' 제도를 운영한다. '창업 실전', '법률 클리닉', '린(Lean) 스타트업과 고객 발굴' 등의 다채로운 과목이 눈길을 끈다. 정식 학위는 아니지만, 성적증명서에 스타트업 관련 전공을 이수했다는 내용이 추가돼 벤처·스타트업 취업 시 커리어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창업기업에 필요한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아마존웹서비스(AWS) 등과 연계해 지원하고, 위벤처스와 25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신규 결성하는 등 직·간접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고려대는 2018년 문을 연 창업 연계형 전문 창작 공간(X-Garage)에 3차원(D) 프린터·스캐너 등 각종 첨단장비를 보완·확장하고 기술 컨설팅 및 시제품 제작 등을 지원해 탁월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처럼 대학의 '창업 전진기지'로의 대전환에 대해 전문가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매년 대학 입시에서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청년 실업이 심화되면서 그 자구책으로 '대학 창업 기능 강화' 카드를 빼 든 것이란 해석을 내놓는다. 또 공무원, 대기업 등 안정적이면서 탄탄대로가 보장된 길을 벗어나 창업이란 '위험한 모험'을 망설임 없이 택할 정도로 젊은 세대들의 창업에 대한 인식과 위상이 많이 달라진 점도 한몫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 전문위원이자 건국대 경영학과 김준익 교수는 "무명의 젊은 기업가(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가 100조 원 짜리 기업공개(IPO)를 짧은 기간에 달성했고, 앞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우아한 형제들(배달의민족) M&A(인수·합병)건 같은 '빅딜'이 연달아 터지면서 '나도 도전해 봐야겠다'는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연금 등의 혜택이 갈수록 줄고 바늘구멍인 공무원보다 현실적인 창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학들이 학내창업 육성에 적극 나서면서 제2벤처붐 열기가 더욱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선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기업연구단장은 "대학의 창업 장려책은 투자 대형화, 법률·회계·기술·투자전문가 그룹 확보 등을 지원해 창업의 질적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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