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억 받고 퇴직한 연구원…삼성이라 가능한 '퇴직금 마법'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21.03.1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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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억 받고 퇴직한 연구원…삼성이라 가능한 '퇴직금 마법'


2년 전 삼성전자 (79,700원 0.00%) 보수 '톱5' 명단에 연구위원 1명이 포함돼 화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대표이사급 임원이 채우는 보수 상위 순위에 연구위원이 이름을 올린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더 놀라운 것은 40억원이 넘는 파격적인 액수였다.

주인공은 김희덕 연구위원. 2019년 4월 공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 연구위원은 2018년 한해 보수로 43억2000만원을 지급받았다. 낯선 이름의 등장에 업계가 발칵 뒤집어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역시 삼성"이라는 말이 나왔다. 김 연구위원이 누구이고 그가 어떻게 4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는지가 밝혀진 뒤 다시 한번 "역시 삼성"이라는 말이 돌았다.



김 연구위원이 지급받은 보수를 살펴보면 항목별로 급여가 6억4300만원, 상여가 11억3200만원, 복리후생 등 기타 근로소득은 7700만원이었다. 여기에 퇴직소득 24억6800만원이 더해졌다.

퇴직금은 퇴직기준급여 5400만원에 임원근무기간 14년과 3.3배가량의 지급배수를 곱해 결정됐다. 삼성전자는 임원 퇴직금 지급규정에 따라 재직기간 공로 등을 감안해 1~3.5배의 지급배수를 적용한다. 회사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고 수준의 대우를 한 셈이다.



삼성전자에서 연구위원이라는 직책은 상무나 전무, 부사장, 사장, 부회장 등 관리직 임원과 비견되는 엔지니어 임원 직책이다. 연구위원 외에도 전문위원, 펠로우, 마스터 등으로 임원급 엔지니어를 예우한다. 기술과 인재에 대한 삼성전자의 특별한 관심과 배려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최초의 위성 DMB폰을 개발한 공로 등으로 2005년 상무보급으로 첫 임원 배지를 단 뒤 2018년 말 부사장급 연구위원으로 퇴임했다.

삼성전자 임원들의 고액 퇴직금은 최근 공개된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도 다시 회자됐다. 총수 일가를 제외한 '삼성맨'으로는 두번째로 회장을 지냈던 권오현 고문이 지난해 퇴임하면서 퇴직금으로만 92억9000만원을 지급받았다.


권 고문은 지난해 급여와 상여 등으로도 79억4300만원을 받았다. 퇴직금은 퇴직기준급여 1억400만원에 임원근무기간 27년과 3.3배 수준의 지급배수를 곱해 결정됐다.

전문가들은 일반기업이나 직장인은 상상하기 쉽지 않은 수준의 퇴직금과 엔지니어에 대한 파격적인 직급 시스템을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쌓아올린 디딤돌로 본다. 인재에 대한 각별한 노력이 삼성 기술력의 바탕이 됐다는 얘기다.

대기업에서 핵심 요직을 거친 임원들이 퇴임하면 상근 또는 비상근 고문으로 1~2년가량 퇴임 예우를 하는 데는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한 포석의 측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삼성전자만큼 퇴직임원을 대우하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권 고문의 경우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던 부회장 재직 시절에도 100억원대의 연간 보수를 받으며 수년 동안 '샐러리맨 연봉 1위' 자리를 지켰다.

퇴직금을 제외하고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임직원은 김기남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 부회장이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82억7400만원을 받았다. 2019년 보수(34억5000만원)의 2.4배 정도다. 지난해 상여로만 66억1200만원을 챙겼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에도 삼성전자로부터 별도의 보수를 받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부터 무보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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