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집회날 출근했다가…불똥 맞은 억울한 직장인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8.2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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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집회발 확산에 직장인들 불똥…명령 이행에 '교차감염 득실' 우려도

8월15일 광화문 일대 체류 시민에게 구로구청이 발송한 문자. 8월15일 광화문 일대 체류 시민에게 구로구청이 발송한 문자.


"코로나 검사를 8월26일까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서울시 인근 보건소에서 무료로 검사 진행됩니다. 참고로 구로구보건소는 오늘은 혼잡해 검사 불가하며 아침일찍 가시면 당일 가능하십니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10여년 간 재직중인 구로구민 A씨가 지난 24일 받은 문자다.



서울시가 지난 24일부터 코로나19(COVID-19) 검체검사 이행명령 대상을 기존 집회 참석자에서 광화문 일대 30분 이상 체류자들로 확대한 결과 8월15일 당직 근무를 위해 회사에 갔던 A씨가 검사명령을 받은 것.

A씨는 25일 선별진료소에서 문진표를 작성하던 직원에게 "집회 참여자는 아니며 회사 사무실에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지만 진료소 관계자는 A씨 문진표 위에 '광화문 집회'라고 적었다.



집회 안 가도 기지국 명단에 들면 검사명령…서울시 공문 보냈다
구로구민 A씨의 문진표.구로구민 A씨의 문진표.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지난 15일 열렸던 집회로 직장인들이 불똥을 맞았다. 위반시 200만원 이하 벌금형, 구상권 청구 등 처분이 뒤따르는 검체검사 행정명령 대상에 편입된 것.

서울시는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집단 감염이 발생한 여건에서 확진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을 감안해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집회와 무관한 광화문 일대 체류자들 사이에선 "강제로 선별진료소에 머물게 하는 게 오히려 접촉 확률을 높인다"는 불만이 나온다.


25일 서울시와 자치구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전날 '광복절 집회 참석자 및 인근 체류자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발령한다는 문건을 일선 자치구에 전달했다.

명령서엔 '대인접촉을 금지하고 8월26일까지 지체없이 보건소 등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검사 실시', '역학조사 대상자는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 등이 기재됐다.

집단감염 양상에 '접촉 확률' 감안…"선별진료소 방문에 오히려 불안"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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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당초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31일까지 집회 참석자들이 검체검사를 받도록 한 바 있다. 현재는 집회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15일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광화문 집회 인근 기지국에 30분 이상 체류했던 접속자들로 검사대상을 늘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부터 1만576명 규모 기지국 접속자 명단을 전달 받음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다.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대상자에게 2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분과 함께 위반에 따른 감염이 확산될 경우 서울시가 방역비용 등 모든 비용에 대해 구상 청구할 수 있다는 점도 예고됐다.

이날 0시 기준 서울에서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누적 확진자는 43명에 달한다. 광복절 광화문 일대 '30분 이상 체류자'들도 혹시나 하는 감염 우려는 갖고 있다. 하지만 선별진료소에 가면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돌아다닐 때 보다 감염 확률이 높은 것 아니냐는 불안도 있다. 기나긴 대기시간에 진짜 집회 참석자나 접촉자 등과 함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광화문 직장을 갖고 있는 B씨는 "구상권 청구가 걱정돼 보건소를 갔지만 문진표를 작성할 때 다른 검사대상들과 다닥다닥 한 데 모여 앉아 있었다"며 "'의심 증상'이 있다는 방문자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코가 보일락 말락 할 만큼 마스크를 조금 내린 상태였다는 점이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는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경기도민은 광화문 일대에 체류했더라도 집회 참석자가 아니면 강제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

지자체선 억대 구상권 청구 전례 이미 있어
지난 7일 남대문 케네디상가에서 상인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집단감염 우려가 커진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장 방문객들과 상인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지난 7일 남대문 케네디상가에서 상인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집단감염 우려가 커진 10일 서울 중구 남대문광장에 마련된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시장 방문객들과 상인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번 명령을 위반한 체류자는 확진 및 코로나19 사태 악화 등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구상권을 청구 받을 수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악화의 책임을 묻겠다며 신천지 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에 2억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또 제주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증상이 있었음에도 4박5일 동안 제주도를 돌아다닌 '강남 유학생 모녀'에게 1억3200만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의료계는 선별진료소가 전반적으로 방역수칙을 이행한다면 체류자들의 방문이 바람직하다는 시각이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선별진료소의 환자간 교차감염 위험을 100% 없애기 쉽지 않은 문제긴 하지만 방문은 위험보다 이득이 크다"며 "선별진료소가 적어도 1~2m 씩 거리두기를 하고 방문자는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손씻기 등 위생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회가 있었던 낮 12시부터 5시까지 체류한 것으로 확인된 분들에겐 (검사안내)문자가 발송됐다"며 "집회 참석자와의 접촉으로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이행 명령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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