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천 발자국 화석 주인은? '두발로 걷는 악어'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6.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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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공사현장서 발자국 화석 발견

대형 원시악어 무리 상상도/사진=진주교대대형 원시악어 무리 상상도/사진=진주교대


1억1000만 년 전 백악기에 두 발로 걸었던 대형 악어가 한반도 남부에 살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주교대 한국지질유산연구소 김경수 교수팀은 경남 사천시 서포면 자혜리에서 발견된 발자국 화석 100여개가 현대 악어의 조상 격인 몸길이 3m의 백악기 원시악어임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 복원기술연구실,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마틴 로클리 교수, 호수 퀸즈랜드대학교 앤서니 로밀리오 박사 등이 참여했다.

국제공동연구팀은 전원주택 부지 조성 공사 현장에서 이 화석을 발견했다. 이곳은 약 1억 1000천만 년 전에 퇴적된 백악기 진주층에 해당된다. 발자국 길이는 약 18~24㎝이며 일렬로 늘어선 형태였다. 연구팀은 발자국 길이를 근거로 원시악어의 몸길이는 최대 3m이며, 화석은 원시악어들이 떼를 지어 이동하며 남긴 것으로 추정했다. 발가락은 총 4개이며 첫 번째 발가락이 가장 작고, 세 번째 발가락이 가장 길었다.
경남 사천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백악기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 표본과 3D 이미지./사진=진주교대경남 사천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백악기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 표본과 3D 이미지./사진=진주교대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한 발자국 화석은 과거에 발굴된 원시악어보다 두 배 큰 크기였다. 이 발자국 화석엔 ‘바트라초푸스 그란디스’라는 신종 학명이 붙었다. ‘대형 바트라초푸스 원시악어 발자국’이라는 뜻이다.



발자국 화석에는 발바닥 피부 자국이 보존돼 있었다. 처음에 이 화석은 백악기 익룡의 발자국 화석으로 추정됐지만 연구팀이 발바닥 피부 자국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 발자국이 현생 악어의 발바닥 피부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발바닥 피부 자국은 현존하는 악어의 발바닥 피부 패턴과 거의 일치했다”면서 “다만, 발가락이 두꺼운 데다 마디가 발달했고, 물갈퀴가 없다는 점 등은 현생 악어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경남 사천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사진=진주교대경남 사천시 공사현장에서 발견된 원시악어의 발자국 화석/사진=진주교대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발자국 화석은 이족 보행한 악어류가 남긴 흔적으로 세계 첫 발견이다. 김 교수는 “두 발로 걷는 원시악어는 중생대 공룡과 함께 육상 생물계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이라며 “중생대에 멸종했을 것으로 추정된 이들이 백악기까지 살았다는 보여주는 학술적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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