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염 약 ‘나파모스타트', 렘데시비르보다 코로나에 600배 강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5.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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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퇴르硏 "항바이러스 효능 탁월…임상 진행"

코로나19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사진=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로키마운틴 실험실코로나19를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모습/사진=미국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로키마운틴 실험실


혈액 응고를 막아주고 급성 췌장염 치료에 쓰이는 ‘나파모스타트’ 성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매우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긴급사용 승인된 에볼라 치료제 ‘렘데시비르’ 보다 효능이 약 600배 뛰어난 수준이다. 향후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급성 췌장염 치료제, 혈액 항응고제 성분인 ‘나파모스타트’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을 억제하는 항바이러스 효능을 가졌다고 14일 밝혔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2월부터 이미 허가됐거나 개발중인 약물 중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나파모스타트는 세포배양 실험을 통해 분석한 약 3000여종의 약물 중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가장 강력한 항바이러스 효능을 나타냈다. 렘데시비르와 비교할 때 효능이 600배 가량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연구소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진입 시 뾰족한 돌기 모양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과정에 TMPRSS2라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한다는 최근 독일의 연구 결과를 참고해 TMPRSS2 억제 약물인 나파모스타트의 항바이러스 효능을 연구해왔다. 특히 코로나19 바이러스 연구에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원숭이의 신장 세포 대신, 사람의 폐세포를 직접 활용해 항바이러스 효능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비교 검증했다.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포 안으로 진입하려면 수용체(ACE2)와 단백질 분해효소(TMPRSS2)가 필요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에 붙은 뒤 세포막과 융합하기 위해서는 TMPRSS2가 활성화돼야 하는데, 이 TMPRSS2를 억제함으로서 바이러스의 세포 진입을 막는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나파모스타트는 코로나19 감염에 의한 급성 폐렴 증상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나파모스타트는 급성 호흡곤란증후군과 연관된 혈전을 제거하는 항응고제로 코로나19 폐렴의 주요 병리인 혈전 등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퇴르연구소는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경상대학교병원 등 10개 병원이 참여한 연구자임상시험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거쳐 수행중이라고 밝혔다. 이 임상에서 효능이 확인되면 실제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탈리아 등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이 약물의 효능을 주목하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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